광주에서 발생한 대입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는 최소 수십명이 가담하고 사전에 예행연습까지 이뤄지는 등 조직적이고 치밀한 범행인 것으로 밝혀졌다.
휴대폰을 이용한 대입수능 부정행위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 동부경찰서는 20일 광주 모 고등학교 3학년 이모군 등 3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7일 치러진 대입 수능시험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정답을 주고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수능 이전에 여러차례 모여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 등 예행연습까지 했다고 진술해 사전에 부정행위를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광주지역 대여섯개 고교생 수십명에서 수백명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또 광주시 교육청 중등교육과장 등 수능 실무책임자 3명을 불러 휴대폰 반입 경위와 시험감독 체계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여러 차례 모여 예행연습하는 등 치밀한 준비
경찰은 수능 시험장에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가는데 별다른 제지가 없다는 점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한번에 200명까지 수신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휴대폰을 부정행위 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은 덮개가 없는 구형 휴대폰을 집단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문자창을 볼 수 있는데다 감독관에게 적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예행연습을 했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주관식의 경우 주, 수리영역의 경우 수리로 표현하는 등 다양한 약어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들이 유형별, 영역별로 각자 자신있는 부분의 답을 문자 메시지로 시험장 밖에 대기 중인 후배들에게 보내면 후배들은 문제별로 가장 응답률이 높은 답을 골라 재전송하는 중계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험장 밖에서 후배들이 정답 중계
경찰은 이미 조사를 받은 수험생들이 수능 부정행위에 대해 시인한 만큼 이날부터 관련 학생들을 불러 본격적인 조사에 나서 21일 오후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21일까지 관련 학생들이 줄줄이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아직까지 부정행위에 따른 대가성 금품제공과 전문조직의 개입 여부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경찰은 부정행위 가담자들을 전원 사법 처리하고 수능시험 관리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교육부에 통보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학생들이 혐의를 부인하거나 잠적했지만 혐의를 입증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조만간 수능 부정행위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금품제공, 브로커 개입 여부 등도 집중 추궁
이같이 수능을 보기 직전 떠돌았던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사실로 드러나자 교육당국의 관리 소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7일 수능 시험이 있기 전부터 광주시 교육청 인터넷 게시판에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있을 것이라는 제보가 잇따랐다.
실제로 이번에 적발된 학생들은 경찰조사에서 지난해에도 유사한 행위가 있었으며 사전모의까지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당국은 수험생들이 휴대전화를 소지하는 것에 대한 엄격한 규제 방침을 세우기는 했지만 이번 사태로 관리가 허술했음이 드러났다.
때문에 철저한 대책을 세웠다고 밝혔던 교육당국은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험있기 전부터 소문 떠돌아, 교육당국 책임 면키 어려워
수사 초기 단계인 현재까지는 몇몇 학생들의 부정행위로 추정되고 있지만 조직적인 브로커가 개입한 부정행위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수능과 관련해 복수정답 파문이 이는 등 수능 관련 관리 소홀을 드러내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어 수능 공신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도 부정행위에 대한 사전모의까지 있었고, 이에 대한 제보까지 잇따랐지만 부정행위를 사전에 방지하지 못해 수능시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CBS광주방송 이승훈/사회부 장윤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