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주영 명예회장 부인 변중석 여사 타계

"재봉틀과 장독이 전 재산" 변 여사 86세 일기로 정회장 곁으로

변중석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변중석(邊仲錫) 여사가 17일 오전 9시 45분 향년 86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정 전 명예회장이 떠난 지 6년 반 만이다.

고인은 지병인 심장병과 고혈압 등으로 지난 1990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해왔다.


지난 1921년 강원도 통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36년 1월 15살의 나이로 6살 연상인 정 전 명예회장과 결혼했다.

이후 고인은 재벌 총수 부인이라는 주목받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외부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내조로 한국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정 전 명예회장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정 전 명예회장은 재봉틀 한대와 장독대의 장항아리를 유일한 재산으로 아는 점, 부자라는 인식이 전혀 없는 점, 평생 변함이 없는 점 때문에 고인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정 전 명예회장은 자서전에서 "늘 통바지 차림에 무뚝뚝하지만 60년을 한결같고 변함이 없어 존경한다"며 "아내를 보며 현명한 내조는 조용한 내조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쓰기도 했다.

또 "젊은 시절 그렇게 어려웠던 고생을 거치면서도 불평불만 하나 내색하지 않고 집안을 꾸려준 내자가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고인은 남편이 사준 자동차를 집에 두고 도매시장에 나가 장을 본 뒤 용달차에 싣고 돌아오거나, 집에서 언제나 통바지 차림이어서 손님이 오면 안주인을 따로 찾을 정도였다는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정 전 명예회장이 매일 새벽 5시 온 식구와 함께 아침식사를 했기 때문에 이를 위해 새벽 3시 반부터 아침식사 준비를 하기도 했다.

아울러 고 정인영 한라그룹 회장, 고 정순영 성우그룹 회장,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고 정신영 씨, 정상영 KCC 명예회장 등 시동생들의 결혼 등도 손수 보살폈다.

고인의 이같은 조용하면서도 헌신적인 내조가 있었기 때문에 정 전 명예회장이 한국 경제의 성공신화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고인의 유족은 정몽구(鄭夢九) 현대차그룹 회장, 몽근(夢根)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몽준(夢準) 국회의원, 몽윤(夢允) 현대화재해상보험 회장, 몽일(夢一) 현대기업금융 회장과 경희(慶姬) 씨 등이다.

빈소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아산병원 영안실에 마련됐고, 영결식은 오는 21일 열린다. 장지는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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