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쯤 전 순경으로 임용돼 전북에서 근무해 오던 신참 이 모 순경(28)이 성폭행 피해사건을 접수받고 익산시 A 씨의 원룸에 출동한 것은 8월 4일 새벽 4시 15분쯤.
A 씨는 이미 하루 전 성폭행을 당한 뒤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극도로 흥분한 상태여서 안정이 필요한 상태였고, 때문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동료 남성 경찰관들이 여성 경찰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당직 근무 중인 이 순경을 호출한 것.
일단 이 순경은 A 씨를 진정시킨 뒤 사건 개요를 파악할 요량었지만, 이른 새벽시간인데도 갑자기 A 씨의 휴대전화가 계속해서 울렸고 발신번호가 공중전화로 파악되자 이 순경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감지하고 A 씨의 휴대전화를 가로챘다.
두 차례 전화가 온 다음 세 번째 전화벨이 울렸을 때 이 순경은 성폭행 용의자임을 직감했고, 가냘픈 목소리로 응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상대방 쪽에서 "어제 갔던 오빠인데 미안하게 됐다, 한번 만나자, 전화번호는 어제 네 집에 갔었을 때 알아냈다"는 말을 건네왔고 이때부터 이 순경은 본격적인 연기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 순경은 "왜 그랬느냐, 무슨 사연이 있느냐, 한번 만나서 얘기하자"며 용의자에게 관심을 보였고, 용의자는 "경찰 수배를 받고 있는 신세인데 어떻게 만날 수 있겠느냐"며 말을 이었다.
이에 이 순경은 "그렇다면 불을 꺼놓을 테니까 들어왔던 대로 베란다를 통해 들어와서 어떤 사연이 있는지 얘기나 나누자"며 용의자의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이 과정에서 이 순경은 공중전화 위치추적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 "아저씨 휴대전화 배터리가 떨어졌으니 전화를 다시 해 달라"는 기지를 발휘했고 이 사이 이 순경은 꺼 놓았던 경찰 무전기를 이용해 112 지령실에 위치추적을 통보했다.
이렇게 이 순경이 용의자와 통화를 이어가면서 이 순경은 "다시 한 번 만나자"는 작업(?)멘트를 계속 날리면서 20여 분 가까이 시간을 끌었고 112 지령실을 통해 공중전화 위치를 파악한 경찰은 사복 형사들을 급파해 이 순경과 통화를 하던 용의자 신 씨(서울시 송파구 거여동. 30)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조사결과 신 씨는 이미 검거 하루 전인 3일 새벽 5시쯤, A 씨의 원룸 베란다를 통해 침입해 잠자던 A 씨의 목을 조르며 위협한 뒤 성폭행했으며 하루 뒤인 4일 새벽 다시 A 씨의 베란다를 이용해 침입하려다 A 씨가 비명을 지르자 그대로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도주했던 신 씨는 A 씨의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하다 신참 여경의 노련한 대처로 덜미를 잡혔으며 익산 경찰서는 신 씨에 대해 성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