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김 모(30)씨는 지난 주말 일본으로 쇼핑을 다녀왔다.
최근 일본 백화점들이 세일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마음에 두고 있던 명품 지갑과 옷 등을 사기 위해서다.
50여만원에 달하는 항공료와 숙박비가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한국에서 명품을 사는 돈에 비하면 항공료 정도는 충분히 빼고도 남겠다는 판단이었다.
김씨는 실제로 이번 일본 여행에서 한국 면세점에서 10만원 정도하는 폴스미스 티셔츠 2장을 각각 5000엔(약 3만 7500원)에, 한국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20여만원하는 폴스미스 지갑을 15000엔(약 1만 1250원)에 샀다. 김씨는 한국보다 절반 이상 싼 가격에 구입하고 여행까지 하고 돌아왔다면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물가가 비싸다는 일본에서 이처럼 명품이 더 싼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소위 명품이라 일컬어지는 해외 수입 브랜드들의 가격 정책이다.
한국 소비자들의 경우 유럽이나 미국 등의 소비자들보다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그만큼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시장 규모나 소비 패턴에 있어 명품 본토라 할 수 있는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반열에 올라 아시아 지역에서 유독 한국이 이런 특수한 마케팅 전략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10여 년간 패션 업계에 종사했던 하이브랜드 박주환 차장은 "나라별, 브랜드별로 가격 정책이 다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한국은 현지 가격보다 1.3배 정도 높다고 보면 된다"면서 "일부에서는 해외 브랜드들이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본다고 말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는 베블렌 효과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가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품질도 좋다고 생각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다. 한국시장이 일본보다 크게 작은 것도 명품 가격을 높이는 이유중 하나다.
한국의 명품 시장은 약 3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이의 10배 정도에 해당하는 30조원에 이른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시장이 크면 클 수록 규모의 경제가 작용해 한계비용도 크게 감소하므로 대량 구매 고객이 더 싸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또 8~13%에 이르는 관세도 일본의 5%대에 비해 높은 편인데다 항공 운송료, 매장이나 유통 형태에 따른 수수료율의 차이도 한국과 일본의 명품 가격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게다가 명품 시장의 규모가 큰 일본은 현지 본사와 계약을 맺고 본사의 가격 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지사나 에이전트들보다 현지 딜러들과 계약을 맺고 물건을 직접 공수해 오는 병행수입업체들의 수와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명품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소비자들이 지하철 역사나 심지어 편의점에서까지 명품을 살 수 있는 것은 바로 이같은 병행수입업의 활성화에 따른 것이다.
최근 한국도 병행수입업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GS홈쇼핑이나 CJ몰과 같은 대기업 온라인 계열사들도 직수입 대열에 합류해 명품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