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가 영어공부를 돕는다

[이서규의 영어와 맞짱뜨기]

영어
유학생들 가운데 영어를 가장 잘 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종합적인 성적으로 볼 때 법대생과 영문과 학생들을 꼽고 싶다.

법대라는 것이 주로 변호사를 양성하는 곳인데 이 곳은 정확한 발음과 어법, 논리정연한 말투를 가르치는 곳이다.

영문학도의 경우 소설이나 산문보다는 시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하는 것 같다. 함축된 시어를 완전히 이해하고 자신도 그처럼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유감인 것은 아직 내 주변에는 영어로 시를 쓰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참고로 나는 영어나 일본어, 독일어, 스페인어로 매일 간단한 에세이 같은 신변잡기적인 일을 쓰고 있다. 그렇다고 어디에 내밀어 자랑할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묘안이 하나 떠올랐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접하는 사자성어는 4글자라는 중국어 고유의 운율을 따라 만들어진 시어다. 이 시어를 역시 최대한 간단하게 번역하는 습관을 들이면 영어문장을 만드는 논리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최근 번역한 것 가운데 몇 가지 유용한 것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남는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뜻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보자. 이 말을 그대로 영어로 ''Too much is as bad as too little''이라고 바꿨는데 일단 주변의 반응은 좋다. 미국인 친구들도 어법이 매끄럽지는 않지만 알아는 듣겠다고 한다.

그럼 인생의 최절정인 16세를 어떻게 표현할까? 한자성어로는 이팔청춘(二八靑春)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 청춘이라는 말이 순수 한자어인지 일본인들이 19세기에 만든 말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말을 영어로 ''sweetest sixteen''이라고 하자 대충 알아듣는 눈치지만 100점짜리 번역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낭만이라는 말에서처럼 한자가 꼭 뜻글자는 아니다. 일본인들은 서양어의 ''roman''을 번역하는 데 최대한 발음이 비슷하면서 뜻도 근접하는 말을 골라 낭만이라는 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post modernism'' 같은 말을 한자로 바꿔보는 것도 어학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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