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두 딸, 이부진과 이서현의 홀로서기

호텔신라, 제일모직에서 본격 경영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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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이건희 회장의 후계자로서 삼성그룹의 경영대권을 이어받을 것이라는데는 그룹 안팍의 이견이 없다. 삼성그룹이 이재용 체제로 전환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이재용 전무가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게되면 이후 이 전무의 두 여동생 부진(37)씨와 서현(34)씨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삼성가의 투자에 ''남녀가 따로 없다''

삼성가(家)는 남녀를 따지지 않고 능력을 중시하는 가풍(家風)을 갖고 있다.

이병철 선대회장이 신세계 이명희 회장(이건희 회장의 여동생)과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이건희 회장의 누나)을 적극 지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로서는 부진씨와 서현씨도 이명희 회장이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을, 이인희 고문이 한솔제지를 맡아 분가했던 것과 같이 삼성그룹 계열사 일부를 가지고 독립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명희 회장과 이인희 고문은 그룹 분리 이후 독자적으로 일가(一家)를 이루어 성공적인 경영인으로써 거듭났다.

부진씨와 서현씨도 고모들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주목된다. 이들 두 자매는 현재 각각 삼성 계열사에서 경영 수업 차원을 넘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부진씨는 연세대 교육학과를 나와 지난 1995년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에 입사, 삼성전자 전략기획팀 과장과 해외인력관리팀 차장을 거쳐 지난 2001년 8월 호텔신라 기획부 부장으로 호텔신라와 인연을 맺었다.

지금은 호텔신라 경영전략담당 상무로 재직하고 있다. 부진씨는 삼성의 평범한 회사원과 결혼해 화제를 모았는데 남편 임우재씨는 현재 삼성전기 상무로 재직중이다.

부진씨는 호텔경영에 큰 관심을 보여 지난해 호텔신라의 리모델링을 진두지휘하기도 했으며 호텔 사업은 물론 면세점사업과 외식사업등 호텔신라의 주력 사업전반에 걸쳐 핵심 전략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서현씨는 일찍이 의류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 96년 뉴욕의 디자인 명문 파슨스 스쿨을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 대학 일본어 연수과정을 거쳐 지난 2002년 제일모직에 입사, 패션연구소 부장과 기획부장을 거쳐 지금은 기획담당 상무보로 재직하고 있다.

서현씨는 해외 네트워크 관리와 패션 부문 기획 총괄을 맡고 있다. 특히 패션 사업부문에서는 서현씨의 OK 사인이 없이는 제품이 출시되지 못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남편은 동아일보 김병관 회장의 차남 김재열씨로 서현씨와 함께 제일모직에서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재직중이다.

△부진·서현씨, 제일모직과 신라호텔은 무지분…투자신탁에는 대규모 지분 소유

두 자매는 모두 재직중인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호텔 신라의 경우 지난 3월말 현재 삼성생명 7.3%, 삼성전자 5.11%, 삼성카드 1.34%, 삼성증권 3.06%, 삼성SDI 0.07%등 삼성그룹 5개사가 총 16.8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삼성카드에서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회사 모두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신탁에서 대규모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호텔신라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4%, 한국투자신탁이 13.2%를 보유하고 있으며 제일모직은 미래에셋 자산운용이 9.84%, 한국투자신탁이 7.94%를 가지고 있다.

미래에셋과 한국투신은 이 지분에 대해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내 금융계열사와 이들 투자회사간 큰 거래가 빈번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종의 ''백옵션''이 걸려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삼성측에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통째로 살 수 도 있어 사실상 우호지분과 다름없다.

이와관련 금융권의 한 인사는 "제일모직의 경우 삼성에버랜드 4.0%, 삼성엔지니어링 13.1%, 삼성석유화학 21.4%, 삼성라이온즈 15%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라면서 "그런데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카드만이 제일모직 지분을 4.9% 밖에 갖고 있지 않는 구조가 상식적으로 말이 되겠냐"고 반문했다.

이 인사는 "제일모직 지분 10%를 확보하는데 2000~2500억원이면 될 정도로 적대적 M&A에 취약한 구조라며 삼성은 이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투자회사들을 동원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어쨌든 부진, 서현 두 자매가 독립하기위해서는 각자의 개인 자산과 소수의 관계회사 자금을 동원해 각각 호텔신라와 제일모직의 지분 정리를 해야만 한다.

부진씨와 서현씨는 각각 삼성에버랜드 주식 8.37%와 삼성 SDS 주식 4.6%를 각각 소유하는등 현재 보유 자산이 총 3804억원(포브스코리아 4월 집계)씩에 이른다.

아직 충분하진 않지만 독립할 회사의 지분을 인수할 ''실탄''은 어느정도 마련된 셈이다.

△부진, 서현씨의 경영수업 물올라

계열사 독립은 부진, 서현씨의 지분 매입과 함께 호텔신라 및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는 다른 계열사 지분과 다른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호텔신라와 제일모직 지분간의 주고 받기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할 것으로 보여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부진씨와 서현씨가 독립후 신세계 이명희 회장, 한솔 이인희 고문과 같이 성공한 경영인으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는 회사 경영에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부진씨의 경우 신라호텔이 지난 27일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사업자로 최종 선정되기까지 전 과정에 깊숙히 관여하며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처음으로 대내외에 입증했다.

서현씨는 제일모직 패션 부문의 기획을 총괄하며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역량을 키워가는 한편 같은 회사에서 경영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남편 김재열상무와 보조를 맞추어 회사 전반의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두 자매는 임원 승진과 함께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부진씨는 2004년, 서현씨는 2005년 각각 기획담당 임원이 되고 부터다.

그러면 이들이 경영에 본격 참여하고 난 이후 해당회사의 경영실적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호텔신라의 지난해 12월 결산실적을 살펴보면 총 매출액은 4,487억원으로 전년대비 1.6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24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도 305억원에 비해 오히려 20.6% 감소했다.

호텔신라의 결산 매출액 증가율을 살펴보면 지난 2004년을 제외하고 2000년 이후 한자릿수 성장에 머물렀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매출액이 2조 8,438억원으로 전년보다 8.14%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290억원으로 전년보다 19%나 증가했다.

지난 2002년에는 전년대비 매출액 증가율이 20%를 상회했고 2004년 역시 18.82%의 매출액 증가율을 보였다.

재무제표로 본 경영실적상으로는 서현씨쪽의 제일모직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사업전망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최근 호텔신라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계기로 면세점 사업을 대폭 확대하려는 계획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국내 호텔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호텔신라의 경우 작년 리모델링에 따른 기저효과와 면세점 확장에 대한 매출신장 기대감으로 하반기 실적은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일모직은 사업다각화로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관계자는 패션, 화학, 전자재료 등의 사업군 가운데 화학과 전자재료는 하반기 실적개선의 폭이 넓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애널리스트는 "패션보다는 화학이 화학보다는 전자재료 사업군이 실적개선 속도가 빠르다"며 "글로벌 경기의 회복세에 따라 실적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를 보면 명암이 엇갈린다. 호텔신라의 주가는 1만7600원(27일 종가기준)으로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삼성그룹 16개 계열사중 최하위일 뿐 아니라 서현씨쪽의 제일모직 주가 4만3900원(27일 종가기준)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지금의 주가가 부진씨와 서현씨의 경영능력을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보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재계, 삼성가(家)의 차세대 여성경영인 주목

삼성 고위 관계자는 "부진씨의 경우 자존심이 세고 성격도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경향이 있어 호텔 신라의 주가가 그룹 최하위란 사실 자체만으로도 자존심이 상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자매의 경영 참여이후 주가 추이를 보면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부진씨가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시기는 2004년부터다. 호텔신라의 주가는 지난 2003년 말 5490원, 2004년말 6270원, 2005년말 1만2950원, 2006년말 1만5150원 2007년 6월 현재 1만7600원(27일 종가)이다. 주가 상승율은 2004년 14%, 2005년 107%, 2006년 17%, 2007년 16%이다.

서현씨가 경영에 참여한 시기는 2005년부터. 제일모직의 주가는 지난 2004년말 1만5950원, 2005년말 2만8100원, 2006년말 3만9250원, 2007년 6월 현재 4만3900원(27일 종가)이다.

주가 상승률은 2005년 76%, 2006년 40%, 2007년 12%로 나타났다. 주가 상승으로 보면 호텔신라가 제일모직을 약간 상회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2003년말 810.71에서 지난 27일 1733.10으로 114%가 상승했는데 호텔 신라의 주가는 같은 기간동안 221%가 올랐다.

제일모직 주가는 2004년말에서 지난 27일까지 175%가 올랐다. 호텔신라와 제일모직 두회사 모두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대기업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을 앞지르고 있는 것이다.

부진씨와 서현씨 모두 아직은 최고 경영자가 아니기 때문에 경영능력이 주가 상승여부와 직접적인 함수관계를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봐야한다.

다만 이들이 이미 경영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고 남다른 열정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하나의 참고사항은 될 수 있을 것이다.

부진씨와 서현씨는 삼성가(家)의 대표적인 차세대 여성경영인으로 상징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그룹으로부터의 독립시기와 독립방법, 독립이후 성공여부가 재계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관련 재판이 마무리되면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부진, 서현씨의 독립 방안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아래 실무 작업을 착착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머지 않은 장래에 홀로서기에 나서야 할 삼성의 두 딸이 어떻게 변신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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