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편의 영화에 출연한 신인배우 김아중(동덕여대 공연예술학부 3학년)은 거침없이 ''나는 여성우월주의자''라고 말한다. 쉽게 ''여성주의 영화를 하고 싶다''고 밝히는가 하면 ''바그다드 까페'', ''베로니카'' 등의 영화제목도 술술 내뱉는다. 신인치고 욕심없는 이가 있겠냐만은 뭔가 큰 일을 해내겠다는 독기같은 것이 엿보인다.
지난 3월 개봉한 데뷔작 ''어깨동무''에서 주인공 이성진이 연모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연기한 김아중은 "주위에서 연기, 표정, 얼굴 각도까지 일일이 알려줘 오히려 어려웠다"며 ''내 식대로'' 하지 못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결국 ''자고 일어나니 스타''(?)의 기회가 저 멀리 멀어진 것만 같았다. 시사회장에서 자신의 연기를 확인한 순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류 아마추어는 삼류 프로보다 못하다"는 교훈은 남기게 됐다.
김아중은 느린 질문들에도 날카롭게 응할 줄 아는 영리함을 가졌다. 영악하다는 게 맞을 듯 싶다. 영화 촬영 당시 스스로의 모습에 대해 "너무 어려서 눈에 욕심이 가득하고, 자꾸 뭘 하려고 했다"는 정의는 스물셋 신인배우의 입을 통해 듣기에는 낯선 말이다.
"길거리 캐스팅이 남발하던 시기, 그 남발 속에서 캐스팅의 기회를 잡았다"는 그녀의 솔직함과 "잡지 모델로 나선 후 내가 하고 싶은 데 안 되는 일 없었다"는 직설화법도 김아중의 매력. 이런 자신감은 결국 또 한 명의 고교생 가수의 등장을 예고했지만, 갑작스런 음반회사의 부도로 ''예고''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고.
연기에 욕심 없는 배우가 있으랴만 배우별로 영화를 보고 느낌을 정리한 노트가 벌써 몇 권 째 김아중의 책장을 채우고 있다. 영화 ''몬스터''에서 샤를리즈 테론의 연기를 보고 ''거의 쓰러졌고'', 영화배우 강혜정을 두고서는 ''잔 동작 없이 할 것만 하는데도 빛나는 배우''란 정의도 어렵지 않게 내린다.
지난 6월 시와 무용을 혼합한 연극 ''시무극''으로 연극 연출가 데뷔식까지 치렀다. 김아중은 연출이 연기 폭을 늘리는 가장 큰 힘이었음을 일찍 알게 된 행운아. 또 "조급함을 버리자"는 여유까지 안겨준 경험이 됐다.
''아시아의 중심''을 뜻하는 김아중(亞中)의 특별한 이름은 거세게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미리 내다본(?) 부모님의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여성학, 아동심리학에 관련한 교양수업은 모조리 들었고 "여성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욕심에 학사편입까지 생각하는 ''여성우월주의자'' 김아중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시몬느 드 보부아르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해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