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목에 칼이 들어왔다는건지''…박근혜? 이명박? 노무현?

[변상욱의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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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통령 연설내용이 선거법 위반인지를 놓고 위원 전체회의를 연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이 꺼낸 ''문경지교(刎頸之交)''라는 말을 써가며 냉엄하게 판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명박 vs 박근혜, 가르쳐주면 뭐하나 뵈는 게 없으니...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는 관청,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제대로 판정하는 관청 문경지관(刎頸之官)이 되어 달라"고 선거관리위원회에 부탁하면서 이 말이 유행하고 있는 중이다.


포털사이트 지식검색창에 문경지관으로 치면 내용이 나타나지 않는다. 원래는 ''문경지교''로 ''목을 벤다''는 문(刎) 에 목 경(頸) 자를 쓴다. 중국 역사서 사기의 ''염파인상여전(廉頗藺祥如傳)''에 나오는 대목에서 비롯된다.

전국시대 조나라의 혜문왕 때 일이다. ''''인상여''''라는 신하와 ''''염파''''라는 장군, 두 사람이 큰 활약을 했다. 인상여가 외교적 수완을 발휘해 공을 세워 경대부라는 높은 자리에 임명되었다. 그러자 염파 장군이 전장에서 칼을 휘두르며 싸운 나보다도 식객에 불과했던 인물을 더 높게 쳐주냐며 불만을 품고 인상여에게 망신을 주겠노라 공공연히 소리치고 다녔다.

인상여는 그 말을 전해 듣고 지위가 더 높지만 염파를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부하들이 왜 염파를 두려워 합니까? 라고 물으니 ''''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하지 못하는 건 나와 염파 장군이 있기 때문인데 우리 둘이 헐뜯고 싸우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라며 부하들을 설득했다.

이것을 전해들은 염파가 웃옷을 벗고 곤장을 짊어지고 인상여의 집으로 찾아가 ''''비천하여 당신의 너그러움이 이와 같은 줄을 알지 못했노라'''' 사죄하였다. 그 후 두 사람은 서로 목숨을 내어 줄만큼 끈끈한 우정의 친구가 되었다는 고사다.

이 고사에 ''이때, 이리하여, 두 사람은 爲刎頸之友하다''라는 구절이 등장해 ''''문경지우, 문경지교''''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목이 잘릴 지라도" 요 대목을 염두에 두고 ''문경지관 -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일을 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되어 달라고 했는데 비유가 핵심에서 벗어난 말(?)이 되었다.

왜 인고 하니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두 장수,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서로 자기가 큰 인물이라며 지금 다투고 있고 서로를 욕하며 헐뜯고 있는 중인데 한나라당 이 두 후보야 말로 내가 속이 좁아 당신의 큰 뜻을 몰랐다라고 뉘우치고 사죄하며 문경지교를 맺어야 할 판이다.

누가 먼저든 한 쪽이 ''내가 속이 좁아 그랬다, 지금까지 당이 혼란을 겪은 것 내 탓이니 나를 탓해다오'' 하면 또 한 사람이 ''아니다 내 잘못도 크다'' 이러면서 서로 힘이 되어주며 ''문경지우''를 맺어야 하는데 그 둘이 과연 그럴 재목이 되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고사속의 상황은 완전히 반대다. 인상여는 고사에서 ''''진나라가 우리 조나라를 두려워하는 건 우리 두 사람이 지키고 있어 그렇다''''라고 했는데 지금 한나라당 상황은 여권이 지리멸렬 형편없으면서도 왜 아직까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기대를 놓지 않고 덤벼드는가? 그건 이 후보, 박 후보 두 사람이 죽어라 서로 물고 뜯으며 싸우기 때문이니 고사와는 정반대 상황이 되어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이 이것까지 염두에 두고 이명박 후보, 박근혜 후보 두 사람에게 뭔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이걸 못 알아듣는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이 생각을 더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나경원 대변인이 이걸 생각 않고 ''그냥 목에 칼이 들어와도 노 대통령을 야단치라''는 의미에서 써먹었다면 고사의 내용을 곰곰이 생각 못해 엉뚱한 예로 자기 당 돌아가는 꼴을 비웃은 셈이다.

한나라당이 문경지교나 제대로 배우고 나서 선거관리위원회에 문경지관을 요구해야지 속을 들여다보면 참 부끄러운 일이다.

△도민이 시민이고 시민이 도민인데 편 갈라 싸우나?

지난달 중순 남양주시 지금동 3천여 평에 덤프트럭 천여 대 분량의 불법폐기물이 매립된 것이 발견됐는데 이 가운데 남양주시가 폐기물투기 혐의자를 적발해 고발한 것은 4백톤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이곳을 지역구로 하는 이수영 경기도의원이 시장과 부시장을 항의 차 찾아가 사건이 시작됐다.

이수영 의원이 먼저 민원을 설명 듣고도 제대로 처리 안 한 이재동 부시장을 향해 ''''시장은 남양주시를 명품도시로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부시장은 폐기물 도시를 만들려고 하는 겁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렇게 옥신각신하다 ''''너 몇 살이야'''', ''''너 나와''''라는 험한 말까지 나왔고, 결국 이 부시장이 이 의원의 멱살을 잡기에 이르렀다.

이 몸싸움은 주위에 있던 공무원과 청경들까지 동원돼 일단락됐지만 이 의원은 오후에 다시 부시장을 찾아가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 남양주시 공무원직장협의회가 7일 부시장에게 폭언을 한 이수영 도의원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내고 도의회를 항의방문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가하면 이 의원 측에서는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주민들이 남양주시를 항의방문 할테니 그리 알라고 선포했다.

그나저나 불법으로 버려진 쓰레기나 다 치우시고 싸우셨으면 그나마 보기가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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