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사람의 망각을 두려워해 항상 과거의 일을 생각하며 곱씹는 사람도 있다. 오나라왕 부차에게 패해 원수를 갚기 위해 장작더미에서 자고 매일 쓸개를 맛본 월나라왕 구천이 그런 인물이다.
이렇게 과거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습관은 영어문법에도 살아 있다.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would'' ''could'' ''should''가 이런 과거로의 여행을 돕는 타임머신이다.
만일 사람이 사는 세상에 시간이 과거, 현재, 미래만 있다면 참 재미없는 세상일 것이다. 하지만 몸은 현재에 있어도 과거로 돌아가 원수를 갚고 학교 다닐 때 공부하지 않아 후회하는 사람은 다시 교실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곤 한다.
영어에서 이런 마음 속의 시간은 현재 그 사람이 느끼는 애석함, 원한, 후회를 극대화해 보여준다.
''I wouldn''t have written this story if I didn''t believe you(내가 당신을 믿지 않았으면 이런 이야기는 책에 쓰지도 않았어)''라는 문장을 보자.
내가 학교에 다닐 때에 선생님은 "그러니까 이런 문장이 나오면 반대로 해석하라고 내가 네 말을 믿었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쓴 거다라고 말이야"라고 강조하셨다. 즉 문장에 있는 말이 현재와는 반대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냥 ''내가 네 말을 믿으니 책으로 썼다''고 할 수 있는 말을 왜 일부러 이렇게 어렵게 쓰는지를 설명하지는 않으셨다. 선생님은 이런 표현이 듣는 사람에게 자기 감정을 최대한 드러내 내가 당신을 믿었다는 사실을 애써 인식시키려 한다는 것을 모르셨기 때문이다.
몸은 현재에 와 있지만 마음은 과거로 돌아가 ''만일 내가 널 믿지 않았으면…''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다른 예를 보자. ''I shouldn''t have come to the USA if I knew your situation(네 꼴이 이 지경이란 것을 알았으면 미국에 오는 것이 아닌데)''이라는 문장을 보자. 미국에 온 자기 행동을 후회하면 만일 과거에 이런 처지를 알았으면 여기 오지 않았다는 말이다.
조동사는 조동사가 아니다. 바로 우리의 마음을 과거로 돌려보내는 타임머신이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