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모란이 한창인 4월의 마지막 주일은 영랑문학제로 인파가 몰리는 때다.
이를 피해서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려서 ''봄을 여윈 서름''에 잠기는 때에 호젓이 그곳을 찾은 것도 나쁘지 않았다.
영랑이 40여 년 동안 살았던 생가는 1985년부터 강진군이 정성스럽게 복원을 해서 지금은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생가로 들어가는 길에는 그의 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의 돌담들이 이어져 있고 마당에는 "오매, 단풍 들것네"의 감나무와 "마당 앞 맑은 새암을"의 우물도 있었다.
장독대 옆 모란 밭은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현장이고 후원의 동백나무 거목은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의 현장이다.
임방울 이화중선 등 명창이 드나들었다는 사랑채는 "북"이라는 작품의 산실이다.
과거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대도시에 살다가 이처럼 역사가 고스란히 형상화 된 곳을 찾으면 감동을 받는다.
역사가 있는 곳에는 이야기가 있다. 역사와 이야기는 실상 하나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 그 감동을 느끼려고 어디라도 간다. "겨울연가"의 현장을 찾아서 일본인과 중국인들이 몰려오는 것이 그 좋은 실례다.
21세기는 삶에서 물질적인 소유보다 문화와 가치와 느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체험경제의 시대다. 느낌과 상징과 이야기가 큰 상품성을 갖는 시대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종류의 자원이 부족한 편이다. 많은 우리 국민이 해외관광을 떠나는 것도 그 때문이라 하겠다. 이 들 중 상당수를 국내 여행으로 돌릴 수 있다면 어려운 지방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이 방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더러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남도 답사 1번지''를 자부하는 강진은 영랑생가 외에도 다산유적지와 청자도요지 등을 잘 복원 보전하고 있고 주변에 무위사와 백련사 같은 명찰이 있다.
그러나 상징은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고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 남이섬이나 정동진이 좋은 성공사례다.
다른 지방도 지혜를 짜내면 산뜻한 체험상품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전남 강진에서)
신우재(언론인) shinwj@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