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맛 보는 ''순한 소주'', 맥 못추는 ''독한 맥주''

"맥주에 소주 탄 것 같다" "소주가 물 같다"…반응 갈수록 시들

소주
주류업계가 야심차게 내놓았던 저도소주와 고도맥주 등의 틈새상품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6.9도 소주와 6.9도 맥주 모두 소주와 맥주 본래의 맛이 아니라는 반응이 많아 제조업체들을 고민스럽게 하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학과 대선주조는 지난해 11월 알코올도수가 16.9도인 ''좋은데이''와 ''씨유''를 각각 출시했으나 5개월이 지난 현재 도·소매 업계에서 모두 판매량이 저조한 실정이다. 출시 초기에는 소비자의 호기심에 업체의 판촉 경쟁까지 겹쳐 반짝 빛을 발했으나 갈수록 시장의 반응은 시들하다.

이마트 부산지역 6개 점포 중 저도소주의 매출 구성비는 지난해 12월 15%에서 4월 5.6%로 40% 가까이 떨어졌다. 홈플러스 부산지역 6개 점포 역시 같은 기간 10%에서 5%로 절반 가량 감소했다. 메가마트에서는 좋은데이 판매를 중단했다.

도매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부산주류도매협회에 따르면 전체 소주 판매량 중 저도주의 비중은 1~2%정도에 그치고 있다.

주류도매업자인 김모(56) 씨는 "초반에는 판촉 비용이 소주 원가의 배에 이른다는 소리가 나올만큼 물량공세가 심해 5% 수준까지 올라갔다"며 "그러나 소주가 너무 순해 물 같다는 반응이 많아 찾는 업소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지난 3월 알코올 도수가 4.5~5도인 기존 맥주시장에 6.9도 고도맥주를 내놨다. 지난달 초 대형마트에 판매가 시작돼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유통업체별로 평균 매출은 3% 미만이다. 판촉행사가 진행됐던 메가마트의 경우 전체 맥주판매량 중 5%의 매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주점이나 슈퍼마켓 등으로 주로 유통되는 도매업계에서는 수치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판매가 미미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맥주에 소주를 탄 것처럼 도수가 너무 높아 시원한 맛이 적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소주 제조업계는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겉으로는 시장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판매가 당초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선주조 측은 ''저도주 사업을 접은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소문에 대해 "그런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열흘에 한 번 가량 생산할 정도로 판매가 시원찮지만 지금 단계에서 성패 여부를 성급히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출시 초기에 저도주의 소주시장 내 점유율을 10~30%까지 예상하며 잔뜩 기대를 걸었던 무학 측도 마찬가지다.

무학 관계자는 "지난 1995년 소주 도수를 25도에서 23도로 내릴 때에도 초기에는 반응이 좋지 않다가 서서히 호전됐다"면서 "올 상반기까지는 판매 추이를 지켜본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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