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이민 1.5세대''의 고난한 삶

낯선 미국에서 정신적 충격, 정체성 혼란 등 겪어 문제

버지니아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총기를 난사한 용의자가 재미교포 대학생으로 밝혀진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사회적인 배경으로 어릴적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 간 ''이민 1.5세대''의 고난한 삶을 주목하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부모의 손을 잡고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


하지만 이들은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낯선 미국에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된다.

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백인이 주류인 사회에서 소수인종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민 1.5세대들은 예민한 청소년기에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미국의 시애틀에 살고 있는 한 이민 1.5세대인 채모양(19)의 말이다.

"아직도 솔직히 인종차별하는게 있으니까 스스로 차별이 싫으니까 한국말을 안 쓴다. 한국말쓰면 누가 쳐다보고 한국 사람이 한국말 못쓰는 것도 그렇다. 한국을 가고 싶을 때 그럴때 진짜 우울해서 우울증이 오려고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이민 1.5세대는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 살아남기 위해 불철주야 일에만 매달려야 했던 대부분의 이민 1세대는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기에도 벅찼기 때문이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민아이들을 돌볼 틈도 없이 내팽겨쳐 있어서 아이들은 엄청난 소외, 부조화를 겪게 되고 내성적, 자기중심적으로 되어 간다"고 말한다.

이번 버지니아대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인 조승희씨도 전형적인 ''이민 1.5세대''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조 씨가 대인관계에도 어려움을 겪고 우울증을 앓았던 배경으로이같은 이민 1.5세대의 고난한 삶의 역정을 들고 있다.

이민 1.5세대가 겪는 소외감이 가장 큰 원인 것이다.

이순형 서울대 교수는 "이민 교포 가정에서도 생활고 때문에 부모들이 일하면서 아이들이 방치돼 있으니까 아이들이 공부는 뒷전이고 문제 아이들을 만난다거나 약물에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무관심했던 한국계 이민 1.5세대들이 겪는 어려움과 문제점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 봐야 할 때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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