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빠진 국제 심청, 이주 여성 잔혹사''

≪기획취재≫ 국제결혼의 그늘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요즘 시내나 농촌지역을 다니다 보면 ''''베트남 처녀, 조선족 처녀와 결혼하실 분을 찾습니다''''라는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90년대 이후 국제결혼의 대상 여성은 주로 중국이었지만 최근에는 동남아 그리고 구 소련의 고려인 여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구요. 국제결혼 건수도 급증해서 우리나라 전체 혼인건수의 8.5%를 차지하고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주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과 남성위주의 체류제도 때문에 이들이 겪어야 하는 차별과 피해는 심각한 수준인데요. 자세한 내용을 ≪이재상 피디≫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작년 통계를 보면, 전체 결혼 2만5천 건 중에 8.5%가 국제결혼이라고 하는데요. 거의 10건 중에 1건 꼴이군요. 상당한 비중이네요.

◑ 이재상 PD>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90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은 총 102,168명입니다. 1990년 619명에서 2003년에는 19,214명으로 증가했다가 90년대 말 한국 체류용 위장 결혼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때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 다시 늘고 있습니다.

대상 국가를 보면 중국동포들이 70%, 일본이 6% 정도를 차지(통일교 등의 소개)하고 있고, 필리핀, 베트남 등의 동남아 국가 여성들이 22% 정도입니다. 또 최근에는 우즈벡, 키르키즈스탄에 있는 고려인들이 언어가 통하고 외모가 비슷해서 결혼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주로 이 여성들은 국제결혼중매업체를 통해 들어오는 건가요?

◑ 이재상 PD>그렇습니다. 최근 1천여 개 중개업소들이 난립하고 있으며, 이 곳을 통해서 결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들 중에는 복덕방이나 직업소개소를 하다가 뛰어든 경우도 있다고 하구요.
또 최근 이주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의 남녀와 결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중매업체를 통해 결혼하는 경우는 사진 한 번 보고 결혼하는 겁니까?

◑ 이재상 PD> 보통 그렇습니다. 인터넷에 사진과 간단한 신상 명세가 나와 있습니다. 거기에 남성들이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을 제시하고 10명 정도의 후보 여성을 고르는 거죠. 그 과정에 대해서 한 결혼중매업체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다.

중매업체 관계자>''''저희 업체를 통하신 분들은 현지에 가셔서 다수의 여성분들과 맞선을 보시고, 그 분들 중에 골라서 서로의 조건과 환경을 다 말씀 하시고 서로 간에 믿음을 쌓으셔서 결혼까지 골인이 되는 거죠. 5박 6일 동안 현지에 가셔서 맞선 결과가 좋으면 바로 현지에서 전통 혼례로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최근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는 사례도 늘고 있지 않습니까?

◑ 이재상 PD>통계를 보면 중국에 이어서 베트남 여성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여성들의 경우 중국의 조선족과는 달리 의사소통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정에서의 문제 때문에 가출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따이라는 여성은 지난 2003년 9월에 결혼 알선업체를 통해 한국 남성과 결혼했습니다. 여성의 나이는 21세, 남편은 45세입니다. 보통 이 정도의 나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이의 경우는 남편과 함께 시아버지가 현지에 와서 손을 보고 일을 잘하겠다 싶어서 결혼을 승낙했다고 하는데요. 들어온 지 한 달 만에 남편과 떨어져 시골의 시댁에서 일을 하면서 시댁식구들에게 폭력을 당했다고 합니다.

따이>''''첨엔 시아버지 시어머니 같이요. 또 남편이요. 세명이 같이 때려요. 나는 베트남 엄마 보고 싶고, 시어머니는 베트남 엄마와 못하게 해요. 돈 많이 들어서 안돼요. 너무 보고 싶어 울었어. 나는 베트남 가고 싶어요. 시아버지 때려요. 남편 똑같아요. 나는 지금 너무 힘들어요.''''

◑ 이재상 PD>따이는 5개월 만에 집을 나와 현재는 이주여성 쉼터에서 살고 있습니다.
시댁식구들은 미워서 때린 것이 아니라 우리 집 사람 만들기 위해서 때린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요. 남편이 처음에 중국인 여성과 결혼했다가 가출로 인해서 이혼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 베트남 여성 신부는 엄하게 다스린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여성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죠.

◎ 사회/정범구 박사>그럼 이 베트남 신부를 시골에서 일을 시키려는 목적으로 데려왔다는 것인가요?

◑ 이재상 PD>시댁에서 그렇게 이야기 하지는 않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과정을 보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따이에게 ''''한국에서는 결혼을 하면 남편과 같이 사는 것이 아니고 시댁에 와서 떨어져 사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일을 시켰다는 겁니다.

이런 사례는 다른 이주여성에게서도 드러나는데요. 보통 그 여성들이 가난한 나라에서 오기 때문에 그에 대한 편견들이 있고, 결혼중매업체를 통해서 비용을 지불하고 데려오기 때문에 ''''돈을 주고 사왔으니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결혼을 위해 데려왔지만 식당, 밭, 업체 등에 넘기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이 여성들은 과연 제대로 알고 시집을 오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 이재상 PD>따이의 경우, 앞서 한국에 시집 온 친구에게서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자신도 한국에 가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 한국으로 왔다고 하는데요. 베트남에서는 이런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농부는 한국에서 잘살고 존경받는 직업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듣고 들어왔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결혼생활이나 한국에 대한 정보를 충분하게 제공받지 못하고 한국행을 결정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주여성인권연대 김민정 사무국장의 이야기입니다.

김민정 국장>어떤 분들은 이런 이야기도 하시더라구요. 임당수에 빠진 국제심청이라고. 가난한 분들이에요. 그래서 친정에서 입 하나 덜고, 상대적으로 기회의 나라인 한국에서 좋은 가정 이뤄서 돈을 벌어서 좋고, 남편이 한달에 200~300달러씩 준다는 약속도 한데요. 그래서 어떤 언니는 남편이 그런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결혼을 안 했을 거라는 이야기도 하거든요.''''

◎ 사회/정범구 박사>결혼 이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소개해 준 업체가 책임을 지거나 혹은 정부가 국제결혼을 규제하는 경우는 없습니까?

◑ 이재상 PD>국제결혼 알선업체는 허가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로선 규제 수단이 없습니다.
이들 업체의 홈페이지를 보면 보통 ''''3개월 보증, 6개월 보증''''이라는 말을 볼 수 있는데, 일단 결혼 후의 가정 문제를 알선업자가 보증을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이죠.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정 폭력이 발생했을 때 신부에게 참으라는 수준 밖에 안됩니다. 또 서로 헤어질 경우 남성들에게는 새로운 여자를 소개해주지만, 여성들에게는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결혼중매업소를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까?

◑ 이재상 PD>중매 스타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결혼의 형태가 다르더라도 나타나는 문제는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조선족 송 아무개씨는 2000년 아버지 친구의 중매로 남편을 만나 2001년 5월에 결혼, 8월에 입국했습니다. 중개업체가 소개한 경우와는 달리 남편이 1년 반 정도 중국을 오가며 서로 사귀고 나서 결혼한 경우인데요. 결혼 전에는 무엇이든 다 해준다던 남편은 입국 후 태도가 달라지면서 결혼 2개월째부터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송○○>''''처음에는 폭행하고나서 달래줬죠. 나중에는 말 대답하면 더 두드려 맞죠. 제가 이번에 왜 이혼을 결심했는가 하면 입원해서 수술을 해야 되는데, 무조건 필요없대요. 의사가 돈벌려고 그런 거라고. 제가 집을 나온 다음에 수술했어요. 진단서도 있어요. 사람이 육신이 힘들어서 아플 때는 지켜줘야 하잖아요. 남자든 여자든. 그런 것을 보니 희망이 없어요. 안 되겠어요.''''

송 아무개씨의 남편은 폭력을 행사하면서 치료도 안 해 주고, 3년간의 결혼 생활에서 자유도 없었다고 합니다. 가게에서 일만 시키고, 동네 아줌마들과 접촉도 간섭했고, 심지어 결혼한 지 3년이 지나도록 시댁식구들과 인사도 시켜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국제 결혼한 이주 여성들이 이혼을 하면 신분은 어떻게 되는 거죠?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 아닌가요?

◑ 이재상 PD>현재 이주여성의 국내체류는 F2-1비자로 배우자의 신원보증이 필요합니다. 남편이 가출신고를 하고 신원보증을 철회하면 불법체류 신세가 되는 것이죠. 결국 이주 여성의 체류권을 한국 남편이 쥐고 있는 셈입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그럼 송○○씨는 이혼하고 나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가요?

◑ 이재상 PD> 한국국적을 취득하지 못 하면 돌아가야 합니다. 국제결혼의 경우 2년의 기간이 경과하면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간이 귀화 요건이 됩니다. 송씨도 지난 해 8월 귀화 신청을 했는데, 심사기간이 1년 정도 걸리는데다 이혼 판결이 날 경우 국적을 얻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또 만약 중국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돌아가서 다시 일자리를 얻을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한 여성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것이죠.

더욱 중요한 것은 국적법의 문제인데요.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은 가족 내에서든 사회에서든 다른 ''''신분''''입니다. 한국 남성과의 사실혼 관계가 2년 이상 돼야 국적취득을 위한 귀화절차를 거칠 수 있는데요. 문제는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등이 발생하는 것은 대부분 결혼 초기라는 점입니다.

정부는 결혼을 이주의 수단으로 삼는 위장결혼의 문제 때문에 기간을 축소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인권 단체들은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 이재상 PD>문제는 외국인 여성과의 국제결혼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이들의 결혼 실태나 문제점에 대해 전반적인 조사조차 없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그들이 의지 할 수 있는 이주 쉼터 등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때문에 상담소와 쉼터등 이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장치를 마련하고, 이혼 후 불법체류자로 머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머물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은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진행:정범구박사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98.1MHz 월~토 오후 7시~9시)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