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 상생의 정치를 약속했지만 정기국회 초반부터 국가보안법 폐지여부와 과거사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여야, 상생하겠다"는 약속은 물거품?
우선 국가보안법 문제를 놓고 보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지난달 "자신이 대표로 있는한 국가보안법 폐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어 지난 5일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불가피하게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을 치면서 타협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친일진상규명법도 여당에서는 오는 23일 이전까지 반드시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고, 한나라당은 저지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과거사 문제 정리에 대해서도 두 당간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다.
여야 대표들이 만나도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상생은커녕 타협이 실종된 정치가 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국가보안법 폐지…형법에 북한을 준적국으로 규정
열린우리당은 9일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국가보안법 폐지여부에 대한 내부의견조율에 착수한다.
이날 의원총회에선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마련한 국보법 폐지후 형법보완안과 개정안을 토대로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형법보완안은 형법에 적국에 준하는 단체라는 규정을 신설해 각종 친북활동을 내란죄와 외환죄로 처벌할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혀온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 등은 삭제하고 반국가단체 구성과 회합통신등은 현행 형법의 내란 외환죄로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개정안은 반국가단체 규정중 정부참칭 부분을 삭제하고 찬양고무죄를 적극적인 선전선동죄로 국한하도록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사실상 국보법 폐지후 형법보완론으로 기울었지만 국민여론이 변수라고 보고 당론결정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8일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열린우리당 소장파 의원들이 대표적인 보수세력인 재향군인회를 방문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해도 안보에는 문제가 없다며 설득에 나섰지만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기자회견을 열고 국보법 폐지 저지 입장 밝힐 예정
박근혜 대표는 9일 오전 당사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여권의 보안법 폐지 추진을 비장한 각오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여권의 국보법 폐지 추진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자신이 대표로 있는 한 국보법 폐지를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각오를 밝히면서 대여 투쟁 강화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보법 폐지 추진은 한반도의 안보현실을 감안할 때 시기상조이며 경제가 위기상황에 있는 만큼 여권은 과거사 캐기에 몰두하지 말고 경제회생에 전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적인 성향의 각계 원로 1400명도 오늘 시국선언을 통해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력히 비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국보법 존폐여부를 놓고 강경 대치함에 따라 정국이 보혁대결양상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친일진상규명법 개정 놓고 여야 대립, 여당 행자위에 법안 상정
열린우리당이 제출한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이 국회 행자위에 상정되면서 법개정절차가 시작됐다.
열린우리당은 다음주에 행자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오는 23일 전까지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국회 행자위는 8일 한나라당 의원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열린우리당의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여야 의원들은 법안 상정에 앞서 2시간이상 "안건상정 절차상의 문제"와 "개정 찬반"토론을 벌였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은 친일진상규명법이 한나라당에 의해 개악됐다며 개정당위론을 편 반면,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안은 위헌적 요소를 담고 있다며 개정에 반대했다.
열린우리당 개정안의 친일조사범위는 군이나 경찰에서 소위 또는 경시이상으로 재직한 사람과 일제가 만든 경제기관과 단체에 재직한 사람 등으로 돼 있다.
또한 조사기관은 대통령 직속기구로 하고 조사위원이 외부의 어떤 간섭도 받지 않도록 했고, 정당한 사유없이 출석요구에 불응할 경우 위원장이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도록 했다.
한나라당, 이에 맞선 개정안 내기로…입장차이가 커
한나라당은 여당안이 상정되면서 심의가 본격화되자 오는 13일 독자적인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일제하 군인의 경우 조사범위를 열린우리당 안대로 소위 이상으로 하되 헌병과 경찰은 계급제한을 없앴다.
또 동양척식회사와 식산은행의 경우 지방간부까지 조사대상으로 확대해 열린우리당 개정안보다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참고로 한나라당은 그동안 열린우리당의 개정안에 대해 국민 모두를 조사대상으로 하자는 것이냐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진상규명위를 대통령 소속하에 두자하는 열린우리당안과 달리 학술원 산하에 민간기구로 두자고 했고, 동행명령장 발부에는 반대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는 "진상조사가 아니라 역사학자들의 순수한 연구활동만으로도 가능한 것"이라면서 개정안 저지를 위한 물타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법개정에 대한 여야간 견해차가 커 법개정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CBS정치부 김주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