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표현한다면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위의 문장을 영어로 옮기면 ''Walls have ear''라고 말한다.
''귀에도 벽이 있다''를 번역하라면 한국사람은 거의 대부분 ''Even on the walls, there is an ear''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말에서는 귀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벽은 그 귀가 있는 배경에 불과하다.
그러니 ''벽에도(on the walls)''라는 식으로 장소를 나타내는 부사구로 만들어 주문장에 붙이는 식이다.
영어식 사고는 그러나 이 부사구가 중요하다. 심지어 벽에도 귀가 있다는 이야기이니 가장 중요한 말은 ''ear''가 아니라 ''wall''이 된다.
어느 나라 말에서든 가장 중요한 ''key word''는 문장의 앞에 등장한다. 즉, 주어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공군에게 가장 골치덩어리는 독일군 요격기나 대공포가 아니라 변덕스러운 날씨였다고 한다. 안개가 많아 비행기를 이륙시키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런 날씨에 질린 한 장군은 "여기가 기상이 나쁘면 다른 공항으로 이동을 해 이륙하면 그만 아닌가?"라고 화를 내지만 공항관계자의 이야기는 다르다.
"Sir, the fog moves(하지만 장군, 안개란 놈이 마구 움직여서요)." 이 장교는 "The fog can precede you and by the time you arrive, it can be foggy(지금 다른 공항이 날씨가 좋아도 병력을 그쪽으로 이동시키고 나면 안개가 앞서 도착해 당신들이 거기 갈 때 쯤이면 그쪽 날씨도 나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문장을 한국사람이라면 "Even though it is clear there and foggy here, it can be foggy when you arrive there"로 말할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날씨를 나타낼 때 주어는 항상 ''it''이라는 엉터리 문법교육의 산 결과다.
여기서도 무생물주어인 ''fog''가 주어로 오면 문장이 아주 짧아진다. 우리말로 ''it is foggy''라는 문장은 주문장보다 부문장에 와서 ''비록 안개가 끼었지만''으로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부문장인 부사절에 오는 ''keyword''가 전체문장의 주어로 등장하는 예가 많다.
결국 이 논쟁에 지친 영국군장교는 "Only weather can stop us(날씨만 나쁘면 꼼짝도 못하는군)"라고 푸념했다.
우리나라식 영어라면 "If the weather is bad, we cannot go"이겠지만 영어식으로는 출격을 하고 말고가 사람인 독일군보다 무생물인 날씨에 좌우되니 ''weather''가 주어가 된다.
제대로 된 주어는 주문장이 아니라 부사절에서 나온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