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욕망과 집착, 한계를 시험한 천재 광인

파트리크 쥐스킨트 소설 원작의 동명 영화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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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출간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베스트셀러 ''향수''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향수''는 ''콘트라베이스'' ''좀머씨 이야기'' 등 인간의 고독과 소외를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풀어내는 쥐스킨트의 대표작 중 하나다. 소설은 전세계 30개국 언어로 출간돼 15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간 베스트 스테디 셀러다.

음산하고 퀴퀴한 냄새로 도시 전체가 뒤덤벅된 18세기 프랑스 파리. 악취나는 생선 시장에서 태어나자 마자 고아가 된 천재적인 후각의 소유자 장바티스트 그르누이(벤 위쇼)는 고아원에서 자라나 가죽 공장에서 짐승처럼 일하면서도 향기를 맡고 분석해내는 타고난 후각 기능이 함께 발전해 갔다. 청년 그르누이가 처음으로 방문하게 된 파리 도심. 한 여인의 향기에 취해 뒤쫓아갔고 이내 소리지르며 놀라는 여인을 우발적으로 살인하면서 영화는 본격적인 전개를 시작한다. 퇴물 향수 제조사 발디니를 만나 향수 제조 방법을 배워나가는 그르누이는 결국 ''향수의 천국'' 남부 그라스로 이동해 본격적인 향수 제조에 들어간다.

최고의 향수를 만들고픈 욕망은 결국 아름다운 여인들을 살인해 그들의 체취를 통해 얻게 되고 희대의 살인마가 되어간다는 설정이 무엇보다 파격적이다.

감미롭고 향기로운 향수속에 피를 부르는 살인이라는 무시무시한 비밀이 숨겨져있는 설정이 섬찟하다 못해 공포스러울 정도의 상반된 충격을 관객에게 안겨준다.


''향수''는 소재의 특이성으로 인해 일단 관객에게 신선함을 안겨준다. 최상의 향수와 스물 다섯번의 살인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아이를 종에 녹여 만들어 비로소 소리를 제대로 만들어냈다는 에밀레 종의 설화를 떠올리게 한다.

또 ''향수''는 그동안 영화속에서 화려하고 아름답게만 그려졌던 중세의 풍경이 사실은 구린내 진동하고 악취가 들끓는 하수구 같은 곳이었다는 새로운 일깨움으로 몰입을 돕고 있다.

다만 소설이 가진 냄새에 대한 온갖 생동감있는 표현이 화면으로 구현될 때 겪는 한계는 어쩔 수 없음을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절제된 대사로 인해 표정과 몸짓으로 자신의 욕망을 그려내야 했던 주인공 밴 위쇼는 우울하고 내향적인 성격의 주인공을 관객의 분노와 연민을 교차하게 만들만큼 얄밉게 소화해냈다. 이 역할은 올란도 블롬이 탐을 냈던 역할이었다는 후문이다.

영화의 시각적 볼거리의 백미와 주인공 욕망의 현실화가 발현된 마지막 클라이 막스는 그르누이가 사형당하기 전 숨겨둔 향수를 뿌리자 향기에 취한 군중들이 무아지경에 빠져 광기어린 사랑을 나누는 장면. 총 750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고 유럽최고의 무용단 단원 150명이 포함됐다. 전라의 집단 섹스신은 심의에서 영화적 상황묘사에 타당성을 인정받아 15세 판정을 통과해 스크린에서 볼 수 있게 됐다.

''향수''는 인간의 집착과 욕망이 가져다주는 결과는 과거나 현재나 비참한 비극을 가져다 준다는 점을 환기시켜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교훈적으로 결말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전적으로 한 천재적인 인간의 실현될 수 없는 욕망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가져가는 울림을 다양하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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