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는 사랑을 싣고'' 한 교사의 특별한 제자사랑

권태봉
대입의 문턱에선 청주 일신여고 2학년 9반 학생들은 지난 2월 권태봉 담임교사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2시간 30분 분량의 영상물이 들어있는 두 장의 시디(CD)와 학급문집이다.

''비디오에 추억을 싣고''라는 제목의 이 시디에는 반 전체 여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솜사탕을 손에 들고 즐거워 하는 모습과 자상한 권 교사의 사진이 겉면을 장식하고 있다.

또 영상물에는 어색한 학년 초 첫 만남 장면을 시작으로 학교 앞 무심천에서의 벚꽃놀이와 체육대회, 소풍, 수학여행, 야영 등 한해의 소중한 모습들이 빠짐없이 담겨있다.

마지막 부분, 스승님께 드리는 우리들의 이야기에서는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여고생들의 눈물과 감동이 배어있다.


모두 권 교사가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비디오 카메라로 직접 촬영해 제작한 것이다.

권 교사는 지난 10년 동안 제자들에게 추억의 비디오를 제작해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종업식때 나눠 주고 있다. 지난 97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게 보낸 편지가 인연이 돼 비디오 카메라를 기증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권태봉 교사는 "녹음테이프로 학생들의 추억을 기록하다 한 학생의 제안으로 학급학생들의 교육활동 모습을 담을 수 있는 비디오카메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보냈는데 이 회장이 이에 흔쾌히 응해 비디오카메라를 보내 준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권교사와 학생들은 마이크로 소프트사 빌게이츠 회장에게 학교에 다목적 도서관이 건립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소망도 영상편지에 담아 미국에 보내기도 했다.

일신여고 3학년 강예슬 양은 "학교 규모에 비해 도서관이 비좁은 현실 속에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께서 다목적 도서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국내 대기업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아 빌게이츠 회장에게 영상편지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권 교사는 또 올해는 특별히 학급문집도 펴내 자신과 학생 35명의 별명과 존경하는 인물 애창곡 장래희망, 글짓기 작품 등도 다양하게 수록했다.

이번에는 글짓기 대회 등에 응모해 받은 단체상 상금으로 문집과 시디를 만들어 의미가 더욱 컸다.

어느새 학교에서 맏언니가 된 학생들은 권교사와 함께 했던 지난 1년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권 교사로부터 추억의 영상물과 학급문집을 선물로 받은 박혜원 양은 "학창시절이 그리울 때 회상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소중한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신 선생님에게 너무 감사하고 영원히 간직하겠다"라고 말했다.

시디를 받으며 행복해하는 학생들을 떠올리면 고생은 사라지고 보람만 남는다는 권태봉 교사.

일신여중 1학년 담임으로 자리를 옮긴 권교사는 1년 뒤에 탄생할 멋진 영상물을 기대하면서 오늘도 앳된 여중 신입생들의 서툰 학교생활 모습들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다.

권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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