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랑이
오래간만에 가족들과 시간을 내서 바깥나들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막힘없이 순조롭게 오던 차는 얼마 안 가서 도로가 꽉 막혀 옴짝달싹도 못하고 길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려서 보니 교통사고가 난 것이었다.
교통사고를 낸 두 운전자는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 차나 좀 치워 놓고 실랑이를 하든지 하지 않고서....." 운전자들은 저마다 투덜거렸다.
흔히 우리는 ''서로 자기주장을 고집하며 옥신각신하는 일''을 ''실랑이''라고 씁니다. ''실랑이''는 ''이러니저러니 옳으니 그르니 하며 남을 못살게 굴거나 괴롭히는 일''을 말한다.
실랑이는 실랑이질의 준말로 본래 과거장에 쓰던 ''신래(新來)위''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과거 합격자를 발표되면 호명 받는 사람은 예복을 갖춰 입고 합격 증서를 받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바로 이 호명이 ''신래위''이다.
이때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이 합격한 사람을 붙잡고 얼굴에 먹칠을 하거나 옷을 찢으며 합격자를 괴롭혔다고 한다. 바로 여기서 나온 말이 ''실랑이''이라 한다.
오늘날은 실랑이와 승강이를 구별하지 않고 같이 쓰는 경우가 많다. 위 사례의 경우에는 ''서로 자기주장을 고집하며 옥신각신하는 일''을 뜻하는 말인 ''승강이''가 맞습니다. "사소한 일로 너와 승강이할 시간이 없다"가 그 예이다.
그러므로 차량 흐름을 방해하는 두 운전자의 행동은 ''승강이''이지, ''실랑이''가 아니다. 그들은 서로 상대편이 잘못했다고 자기주장을 고집하는 것이지 공연히 남을 못살게 구는 짓이 아니기 때문이다.
빚쟁이들한테 실랑이를 받는 어머니가 불쌍하다. 함진아비와 신부 측 가족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사소한 일로 승강이를 벌이다.
2. 이렇게 순화하자.
▣닭도리탕 → 닭볶음탕
많은 이가 알고 있지만 아직도 음식점에 가보면 아주 고약한 이름의 음식이 있다. 음식이 고약한 것이 아니라 이름이 잘못되었다는 말이다.
닭고기와 감자를 주재료로 해서 고추장과 고춧가루 등을 다른 양념과 섞어 얼큰한 맛이 나도록 바특하게 끓여 낸 요리를 ''닭볶음탕''이라 한다.
흔히 닭도리탕을 닭볶음탕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말과 일본어가 무분별하게 혼용된 용어로 일본어 도리[とり:鳥]는 새나 조류 또는 닭[鷄]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닭도리에는 우리말 ''닭''과 역시 닭을 뜻하는 일본어 ''도리''가 겹쳐 있어 어법상으로도 맞지 않는 말이며, 국립국어연구원이 선정한 외래어 순화용어에 들어있다.
이런 닭볶음탕을 왜 닭볶음탕이라 부르는지, ''도리다''라는 동사는 둥글게 빙 돌려서 베어낸다는 뜻이다. 닭도리의 도리가 일본말 ''도리(새를 뜻함)'' 를 말한다면 닭을 두 번 죽이는 것이 된다.
노량진 이그잼고시학원 국어 임재진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