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래판에서 화려한 기술과 화끈한 승부로 천하장사 10번, 백두장사 18번, 한라장사 7번을 차지하며 씨름계를 평정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바로 ''''모래판의 황제'''', ''''씨름판의 신사''''로 불리어지는 인제대학교 이만기 교수가 그다.
요즘 그는 고민이 많다. 우리 고유의 전통 스포츠인 씨름이 사라져가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씨름의 부활을 위해서 라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인제대학교 사회체육학과 이만기 교수를 26일 CBS 손 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표준FM 98.1Mhz 월~토 오후 4시 5분)에서 만났다.
(인터뷰 전문)
49번 우승했지만 황소는 못타
▶ 한참 씨름하실 때와 지금의 체중변화, 그리고 건강관리법이 궁금합니다.
- 제가 천하장사를 92㎏으로 시작해서 은퇴 당시에 107~108㎏이 나갔어요. 그리고 인제대학교 교수로 부임하면서 1년 정도 운동을 안 하고 게으름을 피웠더니 체중이 6㎏ 늘더라고요. 호흡도 고르지 못하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배드민턴을 시작했지요. 지금은 제 키가 182㎝인데 체중은 108㎏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 저는 씨름 선수들 하면 하루에 몇 끼를 먹는지 궁금해 져요. 하루에 밥은 몇 끼를 드시나요?
- 육식을 좋아하는데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습니다. 선수 시절에도 많이 먹을 땐 3인분 정도를 먹었어요. 지금은 건강관리차원에서 고기보다는 야채를 많이 먹고, 체중관리도 엄격하게 하고 있어 세끼 이외의 간식은 피하고 있습니다. 운동생리학을 전공했고 그 분야를 연구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에게 건강관리 정보도 주고, 학생들도 가르치는데 본인 스스로 건강관리를 잘 해야지요. 그리고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소식다동(小食多動)이 건강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교수님이 세운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는데 우승을 몇 번이나 하셨습니까?
- 91년에 은퇴를 하고 대학교 2학년 나이에 천하장사를 시작해서 7년 동안 천하장사를 10번, 백두장사를 18번, 한라장사 7번을 했는데요. 기타 다른 대회까지 하면 49번을 우승했습니다.
▶ 우리는 씨름하면 황소를 떠올리는데 황소는 타보셨나요?
- 83년에 민속씨름이 시작됐는데 그전에는 시골에서 추석이나 오월 단오, 또 지역의 민속행사 때 씨름대회를 하고 황소를 줬는데 저는 안타깝게도 천하장사 1등 외에는 아마추어 대회라든가 청소년급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황소는 많이 봤는데 타보지는 못했어요.
사투리에 얽힌 생방송 비화
▶ 고향이 경상도 의령이신데도 사투리가 심한 것 같지는 않아요. 씨름해설도 하셨는데 그때 당시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아요.
- 처음에는 사투리로 고생 많이 했어요. 씨름해설을 방송하면서 말의 톤이라든지 억양, 표현들이 서울말과 달라서 실수도 종종 했지요. 특히, 서부경남의 사투리에는 아무래도 일본말이 많이 섞여 있어서 무의식중에 일본말이 나왔지요. 그래서 담당PD에게 혼도 많이 나고 그랬어요.
한 번은 원광대 체육관에서 박광덕 선수와 황대웅 선수의 천하장사 결승전을 해설하는데 박광덕 선수가 2:1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아나운서가 황대웅 선수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질문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박광덕 선수는 체중이 많이 나가고 중심이 좁기 때문에 황대웅 선수가 정면으로 들어가서는 안 되고 주위의 중심 흩트리고 좌우로 공격을 해야 하며, 반면에 박광덕 선수는 현재 이기고 있기 때문에 빨리 ''''쇼부''''를 보려고 생각할 거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헤드폰으로 ''''쇼부''''가 뭐냐고 PD가 소리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었죠.
그것까지는 괜찮았는데 학교로 돌아오니 초등학교와 중학교 선생님으로부터 편지가 3통이 온 거예요. 공영방송의 씨름해설자이면서 대학교수가 ''''쇼부''''가 뭐냐, 일본말 쓰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어요. 죄송하다고 생방송이라서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고 다음부터는 깊이 생각하고 주의하겠노라고 답장을 보냈지요.
▶ 교수님께는 방송이 씨름보다 더 어려웠을 것 같아요.
- 처음엔 정말 어려웠죠. 그리고 또, 김칠규 선수가 천하장사가 됐을 때 시간이 남아서 PD가 한 3분정도 시간을 끌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나운서가 저에게 꽃가마를 많이 타 보셨을 텐데 그때 기분이 어땠냐고 묻는 거예요. 시간을 끌어야 하는데 그냥 좋다고 말할 수가 없어서 우리 선수들이 피나는 연습을 해서 꽃가마를 타는 기분이나 여름에 농부가 땡볕에 고생을 해서 가실에 나락 거두는 기분이나 똑 같다고 했죠. 저는 제가 사투리를 그렇게 많이 쓴 줄 몰랐어요. 옆에 아나운서가 전국의 시청자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땡볕은 햇볕이고, 가실은 가을이고, 나락은 곡식이라고 해설을 해 주었어요.
▶ 1980년대는 씨름이 정말 인기 스포츠였는데 지금은 점점 외면을 당하고 있어요. 현재 남아있는 프로씨름단이 몇 개가 있어요?
- 한참 할 때는 9개의 씨름단이 운영되어 활동을 하다가 현재는 한 개 씨름단밖에는 없어요. 2년 전만 해도 신창건설 코뿔소씨름단, LG투자증권 프로씨름단이 존재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현대 삼호중공업 하나만 남아 있어요.
▶ 정말 안타깝겠어요. 게다가 스타급 선수들인 최홍만 선수, 이태현 선수는 이종격투기로 옮겨 갔잖아요.
- 한 사람의 씨름인으로서 우리나라 씨름이 왜 이 지경이 됐고 무엇이 문제인지.. 선수로 기량만 펼쳤지 바깥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이 착잡해요. 제가 씨름연맹에서 해설을 하고 이사로 참여했을 때 눈앞에 관중만 보지 말고 앞으로 10년, 100년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었어요. 씨름의 미래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연령층을 노년, 중년을 지나 청소년 유아로 내려와야 한다고 제시했지만 잘 안 돼서 안타깝지요. 또, 우리 프로 선수들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이 상금의 문제일 거예요. 프로선수로서의 대접, 위치, 위상, 상품가치 등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런 부분들이 없어지고 그러다 보니 자동적으로 선수들은 결국 씨름판이 열리고 상금과 연봉이 많아야 씨름판의 존재가치가 살아남을 텐데 하나둘 떠나게 되지요.
씨름판이 활성화 돼 있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경기장이 되었더라면 후배들이 떠나는 일은 없었겠지요. 우리 씨름을 민속적이다, 우리의 한이 서려 있는 경기다, 조상들의 얼이 설인 경기다, 무수히 이야기한들 실질적으로 청소년이 즐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요. 저도 이태현 선수의 데뷔전을 봤는데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천하장사가 정말 심하게 얻어맞으면서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선배로서 할 수 있는 도리를 다했는지 자책도 하고 어떤 방법으로도 힘이 되는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글로벌시대 우리 씨름의 현주소, 문화상품으로서의 씨름
▶ 씨름계가 원활해야 학생들도 희망을 가질 텐데 어려움이 크지요?
- 프로가 활성화되지 않고 국민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뿌리가 흔들리는 거죠. 한참 사랑받을 때는 초, 중, 고등학교에 60여 개 정도의 팀이 창단되기도 했어요. 지금은 인기가 없어지고 미래가 안 보여서 학부모님들도 외면을 하고 그러다 보니 자원이 줄어들었지요.
▶ 일본의 스모는 거의 국민 스포츠로 인기가 대단한데 왜 우리의 씨름은 그렇지 못한지 너무 안타까운데 씨름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은 없나요?
- 일본문화와 한국문화는 차이가 큽니다. 일본의 경우는 체중이 많이 나가고 등치가 큰 사람을 좋아해서 ''''요코즈나''''라는 일본의 천하장사는 국민이 사랑을 많이 줍니다. 또, 일등에 대한 강한 자부심도 가지고 있고요. 반면에 한국의 정서와 문화는 사람 큰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괜히 일등을 많이 하면 약자 편에 서는 성향 때문에 깎아내리려 하고요. 일본의 스모는 정부의 국책사업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NHK가 지원을 하면서 스모를 세계화, 문화상품 브랜드화 하였고 거기에 국민의 정서가 맞아떨어져서 더욱 사랑을 받고 있지요.
우리의 씨름은 문화이자 전통경기이면서도 정부의 대대적인 정책과 보호가 미비해요. 83년에 천하장사 1대가 출범했는데 20년 넘게 지나오면서 하나의 체육단체라고 해서 상업화를 뚫고 나오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고요. 또, 우리나라 프로씨름단이 많이 사라진 이유를 생각해 보면 모든 기업이 글로벌화로 세계화를 외치고 있는 디지털시대에 우리 전통의 문화와 정서가 담긴 씨름이 그 시류에 합류하지 못한 것도 있어요. 기업은 스포츠단을 운영하면서 결국 홍보와 상품에 대한 이미지광고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씨름과는 조화를 이루지 못해서 씨름단을 해체하게 되는 것이죠.
디지털 메모리칩이나 최첨단 IT산업과 씨름이 과연 접목되겠는가 하는 문제와 여러 가지 원인들이 노출이 되고 있지만 기업에서 씨름단을 창단하고 운영해가는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문화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지원을 하면서 문화상품으로 세계화시킬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씨름을 단순히 스포츠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문화로 바라보면서 세계화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구제명은 씨름연맹이 나에게 준 선물
▶ 작년에 씨름연맹으로부터 영구제명을 받았는데 왜 그러신 건가요?
- 한국씨름연맹을 부정했다, 지난 김천대회 때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언론매체를 통해 근거 없는 것들을 비판했다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요. 저는 비판은 아니었고요. 김천장사씨름대회 때 현대 삼호중공업선수단과 아마추어 씨름단만으로 경기를 했어요. 그때 신창 코뿔소 씨름단들이 구조조정이라 상당히 어려운 지경에 있는 LG투자증권과 같이 출전을 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연맹에서는 LG는 안 되니 나오려면 신창만 나오라고 했던 거죠. 씨름단과 연맹의 감정의 골이 깊었던 터라 선수들이 시위를 했는데 시위 과정에서 저희 민속씨름동우회가 불미스러운 사태를 막기 위해 후배들을 격려했어요. 그걸 동참했다고 제명을 시킨 것이지요.
또, 언론매체에 비판했다고 하는데 지금 인터뷰하는 것과 똑같은 내용입니다. 씨름이 왜 이렇게 됐는지 원인분석과 대안제시를 이야기했는데 기자 분들이 요약만 해서 쓰다 보니 읽을 때는 마치 굉장히 비판만 한 것처럼 보이지요. 결국은 연맹에서 괘씸죄라고 영구제명을 했는데 중요한 것은 제가 보기에는 씨름이 이렇게 될지 미리 예측을 했고 향후에도 이 사태를 그냥 놔둔다면 다시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줄기차게 조언을 하고 연맹에 바른 소리, 쓴 소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원인은 놔두고 현상으로 본다면 씨름은 이미 위기상황에 와있고 결과가 놓고 받을 때 제 말을 참고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요.
▶ 씨름을 하시게 된 동기가 궁금해집니다.
- 시골에서 5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나서 큰 형님 아들이 저보다 한 달 나이가 빨라요. 큰형님과 30년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나는데, 매일 새벽에 소를 산에 매달고 학교 가는 저를 형님이 마산으로 전학을 시켜야겠다고 했더니 아버님이 막내는 시골에서 농사지으면서 곁에 두시겠다고 반대를 하셨어요. 그랬더니 형님이 몰래 전학을 시켰고 저는 도시로 초등학교를 옮기면서 특별활동시간에 씨름반으로 가게 되었죠. 선수가 아니라 특별활동으로 활동하다가 소년체전이 부활하면서 부원들이 전문적으로 씨름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배우게 되었지요.
▶ 체격이 크셨나 봐요?
- 둘째 형님이 감독과 동갑이었는데 키도 작고 몸집도 작은데 씨름은 무슨 씨름이냐고 공부나 시켜달라고 했으나 감독님이 좀 더 지켜보자고 해서 그냥 하게 되었는데 중2부터 고2 때 까지 해마다 키는 10㎝, 몸무게는 10㎏가 늘었어요. 처음에는 키가 작아서 낮춘 씨름만을 했는데 신장이 커버리니까 드는 씨름으로 전향을 하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들배지기 기술을 개발했고 남들보다 반 템포 빨랐지요. 그리고 낮추는 기술을 7년 정도를 하고 드는 기술을 하게 되니까 작은 선수도 상대할 수 있었고 기술의 폭이 넓어졌지요.
▶ 상금도 많이 타셨지요?
- 83년에 체급장사로 삼백만 원, 천하장사로 천오백만 원의 상금을 탔는데 그때 당시 소 한 마리가 60-70만 원이었으니 굉장한 돈이죠. 그런데 세금 30% Ep고 이백만 원은 선수들 회식과 선배들 용돈 주고, 감독님이 오백만 원을 떼어서 동계훈련 준비를 하자 하셔서 그렇게 하고, 시골에서 잔치하고, 형님들 드리고 나니 남는 것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그해 종합소득세를 내라고 고지서가 왔는데 CF도 찍고 해서 소득이 칠천만원 정도 됐는데 세금이 천오백만원 정도가 나온 거예요. 벌써 다 쓰고 없어서 학교에 기부하고 선, 후배에게 쓴 것들은 기부금을 인정해 달라고 했지만 세무서에서 5%밖에 인정 못 한다고 해요. 차도 국세청에 압류당하고, 앞으로 타는 상금도 압류하겠다고 해서 씨름 안 하겠다고 하니까 국세청에서 세금을 1%로 낮춰주었어요.
▶ 아들만 둘이시죠?
- 중3과 중1입니다. 아직 어린 데 체격은 큽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