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유도대회 48연승.
이 엄청난 기록을 세운 이원희는 스물 세 살의 앳된 청년이다. 그러나 일단 시합이 시작되면 장난기 어린 표정은 온데 간데 없이 무서울 정도로 진지해진다.
이원희에게 있어서 48연승이라는 대기록은 ''내 일과 운동에 있어서 최선을 다한 결과''일 뿐이다. 막상 본인은 연승을 하면서 기록 작성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한다.
나중에 방송에서 이원희의 기록에 대한 말이 많아졌을 때가 돼서야 더 멋지게 시합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생겨서 좀 부담이 됐다고 한다.
"66kg급에서 73kg급으로 체급을 올려서 73kg급 선수들이 저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기술이 더 잘 먹혀들어 갔던 것 같습니다." 48연승 기록에 대한 이원희 스스로의 분석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유도를 시작한 이원희는 유도에 뭔가 무게가 있는 것 같고 색다른 느낌이 있어 좋았다고 한다. "당시 제 또래 아이들은 다 태권도를 했거든요. 저만 유도라는 것을 하니까 좋잖아요."
꼬마 이원희는 이렇게 호기심에 유도 세계에 입문했고, 유도 기술뿐만 아니라 유도의 정신을 배웠다. "유도 하면서 인내를 배웠고, 윗사람에 대한 공경심도 갖게 됐습니다. 또한 같이 땀흘린 동료에 대한 배려도 배웠구요."
이원희는 이번 아테네 올림픽을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하루 종일 땀을 흘렸다. 5시 30분에 일어나 6시 30분부터 산에 올라가 체력 훈련을 했다. 그리고 아침 식사 후 10시부터 웨이트 트레이닝, 그리고 점심 식사 후 2시 30분부터 기술 훈련...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운동에 매달렸다.
주말이 다가오면 몸이 아주 피곤하고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여기서 한 번 쳐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어머니와 함께 산을 오르며 체력도 다지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원희는 존경하는 유도 선배로 두 사람을 꼽는다. 이번 올림픽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를 맡고 있는 전기영과 용인대 교수 조인철이다.
특히 조인철은 정말 닮고 싶은 선배다. "2000년에 룸메이트였는데, 옆에서 지켜보니 정말 대단한 분이었습니다. 자기 관리가 철저해요. 운동 선수가 대수술을 한 번 하면 극복하기 정말 힘든데, 조인철 선배님은 두 번씩이나 대수술을 하고 다시 일어나 세계 정상을 밟았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유도 73kg급에서 이변이 없는 한 금메달은 이원희의 것''이라고 할 정도로 사람들은 이원희의 우승을 믿는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신중하다. "올림픽은 변수가 굉장히 많습니다. 모두 다 선발되어 나온 선수들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라도 방심할 수 없어요. 모든 선수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걸고 2004 아테네 올림픽을 준비했다는 이원희.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과 신중함 때문일까? 웬지 믿음이 간다.
노컷뉴스 이혜윤기자 eyang119@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