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두홍(무술감독 출신 배우)/정태우/양윤호 감독/양동근/히라야마 아야/가토 마사야/문장규 (사진 = 노컷뉴스 이혜윤 기자)
스크린에 ''바람의 파이터'' 예고편이 비춰졌을 때, 몇몇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마도 덥수룩한 머리에 누더기 도복을 입고 지저분한 얼굴에 인상을 쓰고 있는 양동근의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 하나 이유를 들자면, ''쉬쉬쉭'' 소리와 함께 ''휘리릭'' 회전을 하고 ''파파박''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에 말도 안 되는 무협 영화가 나왔으려니 하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바람의 파이터''에서 양동근은 완벽한 ''최배달''이었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는 일제 강점기에 조센진이라는 이유로 온갖 수모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가라데 선수권 대회를 재패하고 일본 전역의 고수들을 차례로 제압한 한국인 ''최배달''의 실화를 다룬 영화이다. 우리의 민족적 자존심과 얽힌 영화기에 영화는 너무 가벼워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다큐멘터리처럼 너무 무거워서도 안 된다.
감독의 수위조절 돋보여
그런 면에서 양윤호 감독은 일단 수위 조절에는 성공한 듯 싶다. 일본으로 건너간 최배달이 겪는 치욕과 분노, 고된 수련 과정, 그리고 고수들과의 싸움. 이런 숨가쁜 전개 속에 일본 게이샤 ''요우코(히라야마 아야 분)''와의 로맨스를 첨가해 잠시 숨을 돌리게 했고, 최배달의 친구 ''춘배(정태우 분)''를 등장시켜 심각하게만 흘러갈 영화에 웃음을 첨가했다.
또한 수련을 마친 최배달이 일본 전역을 돌며 고수들을 하나하나 무너뜨리는 장면도 싸움의 결정적인 장면만을 스크랩하듯 보여주며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을 스피디하게 엮어냈다. 그리고 싸움할 때가 아닌 일상에서는 숫기 없는 최배달의 모습도 그대로 보여주고, 마지막 결투에서 승리한 후에는 승자의 쾌감이 아닌 슬픈 눈빛을 보여주며 민족주의적 영웅주의가 아닌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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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이 있다면, 최배달이 분노를 품고 스스로 수련의 길을 떠나기까지가 거의 영화의 반을 차지한다는 점. 그리고 첩첩산중 결투 끝에 이른 일본 가라데의 일인자 ''가토(가토 마사야 분)''와의 결전이 너무도 싱겁게 끝나버린다는 점이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는 자랑스런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최배달을 세상에 알린다는 것과 갑작스런 감독의 부름에 짧은 시간 내에 액션과 일본어를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소화한 양동근이라는 배우의 새로운 탄생이라는 면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영화다. 만약 당초 계획대로 최배달 역을 가수 ''비''가 맡았다면 어땠을까? 누군가의 말대로 "양동근이어서 천만다행"이었다.
노컷뉴스 이혜윤기자 eyang119@c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