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3년 처음 발간돼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만화 ''맨발의 겐''이 영어로 번역돼 미국시장에도 진출한다.
3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만화가 나카자와 게이지(中澤啓治.65) 가 펴낸 이 만화는 다음달부터 ''Barefoot Gen''이란 제목으로 전 10권이 영어로 완역돼 판매될 예정이다.
이 만화는 제 2차 세계대전 말기의 히로시마(廣島) 원폭당시 피폭을 당한 뒤 살아남은 한 소년이 살아가는 모습을 다룬 내용으로 강한 반전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38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나카자와 본인의 자전적인 작품으로 아버지와 누나,동생이 집채에 깔린 채 불길에 휩싸여 죽어가는 것을 두 눈 뜨고 지켜봐야만 했던 작가의 뼈저린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머리카락이 빠지고 살이 곪거나 흐물흐물 흘러내려 보기 흉한 몰골로 변한 원폭피해자들이 괴물로 취급하는 일반인들의 박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처절한 몸부림까지 거짓없이 그려내고 있어 가슴 찡한 감동을 전해준다.
또, 한국인에 대한 애정과 미안함도 실려 있는데 전쟁에 반대해 징집명령을 거부하는 주인공 겐의 아버지를 이웃들이 업신여길 때 한국인 징용자 박씨만은 어려운 겐의 집에 식량을 가져다 주는 등 좋은 이웃으로 지내는 장면도 수록돼 있다.
이 만화는 지난 1986년 구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러시아어로 번역 출판된 적은 있지만 정작 히로시마원폭사건을 일으킨 미국에서 출판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번역작업은 맨발의 겐을 좋아하는 동우회의 회원인 회사원과 주부등 일반인들이 모여 공동작업을 한 것이어서 더욱 큰 의미를 주고 있다.
출판사측은 "일본어를 영어로 번역하는데 드는 번역비를 절감한다는 차원에서 시작된 팬들의 번역참여가 이제는 자신들의 평화에 대한 염원을 겐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원작가인 나카자와는 "이 작품을 통해 세계 유일의 강대국이자 핵보유국인 미국이 핵의 위험성과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만화는 주인공인 겐(元)이란 소년의 이름을 봐도 원자폭탄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973년~97년까지 일본의 소년만화에 연재됐던 이 작품은 총 600만부가 팔리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노컷뉴스 이서규기자 wangsobang@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