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협상대표가 이번 6차협상에서 기대할만한 진전이 없었다고 평가했지만, 실무수준에서 타결할 수 있는 부분은 마무리됐고 이제 고위급의 정치적 선택만 남은 상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단장인 한신대 이해영 교수는 19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 "이번 한미FTA 6차 협상은 실무급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마무리하는 수준"이었다며 "구정 전후 7차 협상을 거친 후 3월 초 8차 협상에서 최종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전체 상황을 볼 때 "노대통령의 정치적 선택에 따라 한미FTA 타결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이처럼 협상이 "민주적 절차나 협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최고 통치자의 선택에 의해 이같이 중요한 사안이 결정된다는 건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밝혔다.
FTA 협상문건이 공개된 것과 관련 이교수는 "어차피 유출을 염두에 두고 국회에 보고했다는 김종훈대표의 말이 맘에 걸린다"며 "어차피 유출될 것이기 때문에 적정수준에서만 공개하고, 나머지 정말 중요한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 이하 방송 내용 #####
▶ 진행 : 신율 (명지대 교수/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한신대 이해영 교수
- 한미FTA 6차회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예상했던 대로 실무급 수준에서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은 정리하려고 했다. 실무급에서 해결되지 않는 분야는 고위급 협상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는, 그렇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는 실무협상에서 손을 터는 수준이었다.
- 고위급의 결단이 남아있다는 것?
그렇다. 전체 상황을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선택에 따라 결국 한미FTA 타결 여부가 판정될 것이다. 민주적 절차나 협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최고 통치자의 정치적 선택에 의해 이처럼 중요한 사안이 결정된다는 건 매우 불행한 일이다.
- 김종훈 수석대표는 "5차협상 때보다는 진전이 있었지만 기대만큼 진전이 있지 않는다. 여기에 따라서 7차협상 때 타결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부분도 어느 정도 예측됐다. 구정을 전후해서 7차협상이 있을 거고, 3월초 8차협상에서 최종 판가름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 이번에 문건이 공개된 이유는 뭘까?
이해 당사자들 입장에서 본다면 그야말로 생사의 갈림길, 중차대한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충분히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사전에 협의 조율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 김종훈 수석대표가 한 말 중에 "어차피 유출을 염두에 두고 국회에 보고했다"는 부분이 오히려 걸린다.
- 국회 제출용과 진짜 협상용은 따로 있다?
어차피 유출될 것이기 때문에 적정수준에서만 공개하고, 나머지 정말 중요한 내용은 보고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 정부가 끝까지 밀실협상으로 가려고 하는 걸까?
고위급 협상은 밀실협상이 될 수밖에 없다. 6차협상에서 보는 것처럼 브리핑도 있고, 경우에 따라 분과장들이 내용 일부를 설명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고위급 협상 내용은 전혀 공개되고 있지 않다. 지난 5차협상 때 미국에서 섬유와 관련된 고위급 협상 내용도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 이번 6자회담에서 주목해야 했던 부분은?
방송, 영화, 디지털 콘텐츠 부분이나 농산물 부분, 투자자 정부 소송제와 같은 극히 민감하고 중요한 부분은 어떻게 됐는지, 이런 부분이 다 고위급으로 미뤄졌는지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 김종훈 수석대표는 "한미FTA가 안 되면 유럽연합이나 중국과도 FTA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한중 FTA나 한EU FTA를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짰다면 우리가 한미FTA 협상에서 이렇게 밀리진 않았을 것이다. 협상 막바지에 와서 수석대표가 그렇게 말하는 건 무책임한 것이다. 처음부터 그렇게 했다면 4대 선결과제 등 하지 않아도 될 양보는 안 할 수도 있다.
- 만약 무역구제 분야를 포기한다면?
정부가 한미FTA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3대 전향적인 목표로 무역구제, 개성공단, 쌀 제외를 선정했다. 그런데 5차협상 때 우리가 요구한 5개 사항을 자세히 뜯어보면 거의 내용이 없는 빈껍데기다. 핵심적이고 중요한 부분은 다 빠져있다. 그런데 빈껍데기조차 미국이 수용을 거부했다. 그나마 6차협상에서도 무역구제가 장외에서 논의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진전이 없다면 관련업계 입장에서 볼 때 이런 협상을 왜 했는지, 가져온 게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라는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 금융정보 처리를 국외 본점에서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는데, 그렇다면 우리의 금융정보가 전부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은?
그 부분은 작년 3차협상 때 이미 문제가 됐었다. 그것이 어떤 시정도 되지 않은 채 미국 요구대로 합의됐다는 건 향후에 극히 민감한 개인의 신용정보를 국가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떤 안전장치가 있는 건지, 대책을 세우고 합의를 본 건지 의문이 든다.
- 신금융서비스 부분까지 개방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나?
처음에 금융업계나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융 부분에서 미국의 수준이 높지 않다. 이 정도는 감내할 수준이다"라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나가있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어떤 조율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신금융서비스는 그야말로 우리의 경쟁력이 없는 부분이다. 그 내용이 앞으로 무엇이 될지도 현재로는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세계 최강의 금융 국가인 미국과 이렇게 대책 없이 금융 협상을 하고 타결해버리면 향후 어떻게 될지 굉장히 우려된다.
- "한미FTA 협상과 별개로 워싱턴에선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를 이미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는데?
이태석 주미대사가 미 상원의원, 특히 상원 재경위원장인 맥스 버커스 등 영향력이 큰 사람들에게 불려가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올 5월에 쇠고기 기준을 정하는 국제수협사무국에서 기준이 합의되면 그대로 따르는 걸"로, 다시 말해 광우병 등 국민 건강권에 해당되는 문제에서 기술적 해결책을 찾았다는 보도가 나오는 걸 보면 정말 한심하다.
- 뼈가 포함된 쇠고기를 수입할 가능성도 높다?
맥스 버커스 상원 재경위원장이 처음부터 요구하는 건 "뼈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라"였다. 따라서 한국 정부에서 뼛조각 때문에 쇠고기 수입이 반송되는 건 민주당을 포함한 미국 상원의원 입장에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뼈 있는 쇠고기를 먹으라는 것이다.
- 왜 협상단도 아닌 이태식 주미대사가 가서 합의해준 것일까?
정부에선 합의한 바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주미대사가 미 상원의원들에게 불려가서 기술적 해결책을 논의했다는 자체가 문제다. 비록 쇠고기 문제는 한미FTA와는 형식적으로는 관계가 없지만 우리 국민 중에 쇠고기 문제와 한미FTA가 관계가 없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용적으로 매우 연관돼있는 문제고, 동시에 4대 선결과제 중 하나인데, 누구의 위임을 받아 어떤 절차에 의해 어떤 과정으로 일어난 건지,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 쪽에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자신들의 권한에 관한 부분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있는 것 아닌가.
현재 추세대로 간다면 우리 측이 대폭 양보할 경우 3월 초에 타결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처음으로 돌아가서 노무현 대통령의 선택이 문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