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는 어떤 성경이 있을까?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은 83년과 84년 두 해에 걸쳐 신약과 구약을 각각 만부씩 발행했다. 이 초판 성경이 모두 소비돼 90년 다시 재판에 해당하는 성경을 발간했다. 이 재판에 해당하는 성경은 초판과 달리 신·구약 합본으로 제작됐고 초판에 비해 부피를 줄이고 쉽게 찍어지지 않는 고급 종이를 사용했다.
남한 성경을 기초대본으로 북한성경 완성
그런데 북한의 성경은 북측이 독자적으로 번역하지 않고 남한교회의 성경을 기초 대본으로 삼았다는 게 큰 특징이다. 남한의 가톨릭과 개신교가 공동으로 참여해 지난 77년 발간한 ''''공동번역 성서''''를 기초 대본으로 삼아 이를 북한식 한글표기법(맞춤법)에 따라 교정한 것이다. 남한 표준어 즉 두음법칙이나 사이시옷을 사용하지 않고 북한 관용어를 사용해 공동번역 성서를 개정한 것이다. 이를테면 기존의 번역에 대한 북한식 교정본인 셈. 이를 두고 대한성서공회 총무 민영진 박사는 ''''공동번역성서 평양교정본''''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북한성경 작업 실무자는 이영태씨
그렇다면 이같은 교정작업은 누가 했을까? 이와 관련해 민영진 총무는 지난 2002년 동경에서 북한의 강영섭 위원장을 만나 질문한 적이 있는데 이때 강영섭 위원장이 북한 성경 작업의 실무 책임자로 미국 레이놀즈(이눌서) 선교사의 조수로 일하던 이영태씨를 지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민 총무는 ''''이눌서 선교사라고 하면 19세기 말에 우리나라에 와서 1938년에 귀국하기까지 45년 동안 우리말 구역(舊譯)과 개역(改譯) 작업에 깊이 관여한 미국 장로교회 선교사로, 그의 조수였던 사람이라면 능히 공동번역 성서를 개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나님께서는 동토의 땅에도 그런 그루터기를 남겨두시어서 적절한 때에 요긴하게 쓰신 섭리임을 강조했다.
감신대 왕대일 교수는 북한성경과 관련해 앞으로의 과제는 남북의 성경학자들이 함께 모여 남북한 공동 성경을 번역해 내는 일이며 이를 통해 지정학적인 통일을 이루기 전 영혼의 통일을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