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은 10일 밤(현지시각) TV와 라디오로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이라크에 미군 21,500명을 증원하고 이라크 전쟁의 실패는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공수부대를 위주로 한 육군 17,500명은 바그다드에, 해병대 4천 명은 수니파 무장세력의 거점인 안바르에 배치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달 15일부터 다음 달까지 모두 이라크 전장에 투입된다.
이에 따라 이라크 주둔 미군은 현재 132,000명에서 153,500명으로 증원된다.
부시 대통령은 "지금 이라크에서 철군하는 것은 이라크 정부를 붕괴시키고 패전의 결과를 가져온다"면서 추가 파병을 강변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인들은 이라크전의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 수 없다"면서 "초기 전쟁이 실패했으며 실패 책임은 모두 나에게 있다"고 전쟁 실패를 솔직히 인정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무너진 이라크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100억 달러를 투입하고, 석유수입금을 범 종파적으로 공정하게 분배하며, 수니파 출신의 정부 요직 진출 보장 등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그는 "누리 알 말라키 이라크 총리가 종파적 폭력사태의 종식을 약속했다"면서 "이라크 정부가 폭력 종식이라는 약속을 따르지 않는다면 미국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러한 새로운 이라크 정책에 대해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공화당의 일부 의원들까지도 증원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딕 더빈 상원 원내총무는 부시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끝나자마자 발표한 민주당 입장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증원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잘못된 전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더빈 원내총무는 "3천여 명의 미군이 숨지고 4백억 달러 이상의 전비가 투입됐음에도 이라크는 내전 상태라"면서 "이제 이라크 문제는 이라크인에게 맡기고 철군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11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로버츠 게이츠 국방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이라크 전쟁 청문회를 열어 추가 파병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며 수산 콜린스 상원의원 등 공화당 출신 4명의 상원의원들도 부시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인들의 61%가 추가 파병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라크 전쟁이 베트남 전쟁의 재판이 되느냐? 아니면 수많은 인명 피해에도 불구하고 상처뿐인 전쟁 승리의 영광을 누릴지의 주사위가 던져졌다.
부시 대통령이 철군을 강하게 권고한 ''이라크 연구그룹''의 제안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또 상 · 하 양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의회와 일전을 불사할 각오를 하고 추가 파병이라는 정면 승부수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