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억 들인 어린이 도서관 ''민원 아우성''

편의시설 부족, 교통사고 위험까지

재송어린이도서관

시민들의 기대감 속에 지난해 11월 문을 연 부산 최초의 공립 어린이 도서관인 해운대구 재송어린이도서관이 운영 3개월째를 맞고 있으나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게다가 교통이 불편하고 도서관 주위에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등 ''민원 덩어리''가 되고 있다.

2일 부산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재송 어린이도서관은 해운대구 재송동 송수초등학교 입구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100㎡ 규모로 지어져 지난해 11월 1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투입된 예산은 국·시·구비 21억8000여만 원이다.

하지만 매점 등 실내 휴게공간이 없어 유아와 아동들이 간식을 열람실에서 몰래 먹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지상 2층에 음료 자판기가 설치돼 있고 지상 3층에 에너지휴게실과 죽휴게실 등 2곳이 있지만 모두 실외여서 겨울철 이용이 어렵다.

이 때문에 방학을 맞아 초등학생 등 하루 수백 명이 찾고 있으나 간단한 군것질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 살배기 자녀를 둔 전혜영 씨는 "한 번 가면 2~3시간은 이용하는데 아이들 간식 먹을 곳도 없는 어린이도서관이 어디 있느냐"며 "부산 최초의 공립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편의시설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도서관 홈페이지에는 이 같은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자들의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이에 도서관 측은 임시방편으로 비어 있는 지하 서고에 책상을 놓고 임시 휴게공간을 마련했지만 어둡고 조잡해 이용자가 거의 없다.

주위 환경도 엉망이다. 도서관 출입구가 인근 대형 중장비 정비공장 출입 도로와 맞닿아 교통사고 위험은 물론 소음도 심해 아이들 학습환경을 해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어린이도서관 앞에서 송수초등학교 학생이 최근 대형화물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이 정비공장 출입로를 다른 곳에 마련해 줄 것을 업체와 구청 측에 건의하기도 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이런 위험하고 외진 곳에 어떻게 부산 최초의 공립 어린이전용도서관이 건립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송 어린이도서관은 모 방송사의 ''기적의 도서관'' 프로그램으로 인해 사업이 추진됐으나 내부 문제 등으로 중단되면서 해운대구청이 떠안았다. 구청은 예산이 없어 당초 지상 2층까지 건립할 예정이었으나 국·시비를 추가로 확보해 지상 3층으로 증축했다. 이 때문에 실내 휴게실이 없는 기형적 구조를 갖추게 됐고 교통이 불편한 외진 곳에 입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송 어린이도서관 관계자는 "국비와 시비를 지원받아 도서관은 건립했으나 전액 구비로 충당되는 운영비 확보가 어려워 직원 채용도 다 하지 못하는 등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편의시설 확보 등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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