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렌조 오일''''에서 불치병을 앓고 있는 로렌조를 구한 것으로 묘사된 기름이 사실은 일단 병이 발병한 사람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21일 BBC방송 인터넷판에 따르면 수전 서랜던과 닉 놀테주연의 영화 ''''로렌조 오일''''에서 로렌조라는 어린이가 앓고 있던 희귀병인 아드레놀레우코디스트로피(ALD)라는 유전병을 부모의 눈물어린 노력으로 이겨나간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이 기름을 처방하는 의사는 아무도 없다.
주인공이던 로렌조 오도네는 아직 워싱턴에 살고 있고 25살이 됐지만 현재 상태는 말도 하지 못하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채 18년 전병이 처음 발병했을 때와 다를 바가 없다.
로렌조의 아버지 아우구스토는 ''''이 질병이 뇌세포를 파괴해 고작 5년정도밖에 살 수 없다''''는 의사들의 진단도 무시한 채 스스로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병의 원인이 몸에 해로운 지방산이 쌓여 생긴다는 것을 알아냈고 이 지방산을 없애는 기름을 쓰기로 한 것이다.
이 기름을 써 로렌조의 증상이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았고 아우구스토와 아내인 미카엘라는 일약 세계적인 명사가 됐다.
그 뒤 의사들은 ALD에 걸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이 기름을 처방했지만 로렌조처럼 목숨을 건진 경우는 없었다.
이 기름을 처음 쓴 휴고 모저박사는 ''''이 질병이 X염색체를 통해 전염돼 남자아이들이 주로 희생되고 여자아이들은 유전자는 보유하지만 자기는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화를 보고 기름을 쓴 영국인 가족 스태포드의 경우 로렌조같은 행운이 따라온 것은 아니었다.
스태포드는 ALD증상이 이미 나타난 배리와 아직 증상은 보이지 않고 있던 동생 글렌이란 두 아들이 있었다. 이들은 배리와 글렌에게 이 기름을 모두 썼지만 배리는 결국 숨지고 말았다.
스태포드는 ''''로렌조 오일이 좋은 영화이긴 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현재 이 기름으로 ALD를 치료하려는 의사는 이제 거의 없다.
하지만 모저박사는 ''''이 기름이 분명히 ALD를 예방하는 효과는 있다''''며 ''''아직 증상이 보이지 않는 어린이들에게 이 기름을 투여했고 지난 10년간 치료한 12o명 가운데 83명은 모두 무사하다''''고 주장했다.
글렌 역시 현재 21살로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는 청년으로 자랐다. 하지만, 이 유전자결함은 보통 가족 가운데 누가 가지고 있을 때 자녀나 형제도 같은 증상을 보일 확률이 50%여서 글렌은 보균자가 아닐 수 도 있다.
한편, 로렌조의 아버지 아우구스토는 일단 병으로 인해 손상된 신경조직을 다시 회복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 영화 속에서 보여준 부정이 실제로도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노컷뉴스 이서규기자 wangsobang@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