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총리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21일 발언은 작심한 듯 강도가 높았다.
노 대통령은 "중간에 선 사람이 양쪽을 끌어 당기질 못하고 스스로 고립되는 그런 결과가 되기도 했다"며 " 하여튼 실패한 인사다. 결과적으로 실패해 버린 인사다"라고 말했다.
노대통령의 발언은 고 전총리가 차기 대선주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상 ''비토''의 의미로도 읽힌다.
발언배경에 대해 정치권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최근 참여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해 온 고 전총리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건 전총리는 지난 15일 광주 전남방문에서 "정부가 할 일은 안 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면서 남의 탓만 하고 있다"든가 "임기를 못 채울 수도 있다는 무책임한 충격 발언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비판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신당파와 당 사수파간 세대결의 와중에 터져나왔다는 점에서 통합신당 추진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적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고건 전총리측은 ''평가는 국민의 몫''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고 전총리의 한 측근은 이날 "사상 초유의 탄핵사태를 맞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위기를 원만하게 수습한 고 전총리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중도포럼'' 구상을 밝혔던 열린우리당 김성곤 의원은 "범여권에서 그나마 버텨주는 후보를 폄하하면, 범여권이 몰락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통합신당파에 속하는 또다른 의원은 "과거 김영삼 전대통령이 당시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를 공격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며 노대통령의 영향력을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 이후 여당내 통합신당파와 사수파간 세대결이 예상되는 상황이란 점에서 노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원칙없는 당깨기에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노대통령 측근들의 최근 발언과 맞물려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