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다랑쉬오름을 들어보셨습니까?"
모처럼 쾌청한 날씨를 보인 23일 제주.
제주도를 많이 다녔어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은 처음이다. 북제주군 구좌읍 다랑쉬오름. 불과 380여미터에 불과하지만 그곳 정상까지 오르는 것은 듣는 것보다는 쉽지 않다. 작은 소로를 따라 올라가기를 20여분.
제주도 동쪽 성산 일출봉이 한눈에 들어오며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상에 오르면 거대한 분화구가 가운데 푹 패어있고 시야는 서쪽으로는 한라산 정상이, 동남쪽으로는 푸른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금방이라도 바닷내음이 전해오는 듯하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절경이지만 이곳은 4.3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적 장소다. 이곳 주변은 제주도4·3사건 때 유격대원들의 활동 요충지였다.
20여 가구가 살다가 4.3 사건을 겪으며 폐촌이 된 다랑쉬마을(월랑동), 1992년에는 다랑쉬굴에서 제주도4·3사건의 희생자 유골 11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바로 이 곳에서 창공을 향해 패러글라이더를 즐기는 회원들을 만났다. 제주 미스 미스터 스쿨회원들..10여명의 패러글라이더들이 푸른 하늘에 수를 놓고 있었다. 패러글라이더를 즐기기에 대한민국에서 이보다 더 아름답고 좋은 장소는 없는 것 처럼 보였다.
"처음 배울때는 기분이 죽였죠. 그렇지만 10년정도 되니까 지금은 창공에 오르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요.한마디로 무아지경에 빠지는 거죠. 그리고 내 목표만을 생각합니다."
활공을 마치고 내려온 스쿨장 강용진씨는 비행때의 느낌을 이렇게 얘기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세계 최장 비행거리가 380여킬로미터고 국내는 161킬로미터 인데 전 이 기록을 반드시 깰겁니다.노력할 것입니다"
초보자도 일주일이면 비행가능,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
창립된지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제주 미스 미스터 스쿨은 50대 회원부터 여고 3학년까지 회원 구성이 다양하다.제주 함덕산업정보산업고등학교 3학년인 엄해림양은 경력 2년의 베테랑. 패러글라이딩을 펼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초보자는 일주일 정도만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패러글라이딩의 사고 대부분은 이착륙시 발생하지만 교통사고 확률보다는 훨씬 낮습니다. 50대 아저씨들도 타는 걸요"
주말에만 틈틈이 배웠다고 하지만 두려움이나 망설임은 없어보였다. 장비를 펼치고 활강준비를 마치자 마치 한마리 새처럼 바다를 향해 날아갔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는 태양을 향해 날아가다 타버렸지만 그들은 희망을 향해 날고 있는 듯 했다. 시대의 비극도, 사상도 이념도 패러글라이딩의 날개짓 속에 태워 버리고 새로운 희망을 쏘고 있었다.
(제주=신영초등학교 민하은기자 lady@cbs.co.kr)

막 활강을 시작한 동료를 보고 있는 클럽회원

팀 막내 제주 함덕산업정보고등학교 3학년 엄해림양이 활강에 앞서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 다랑쉬오름이란? |
은빛 물결 넘치는 곳 해발 382.4m, 높이 227m, 둘레 3,391m, 면적 80만 464㎡로, 구좌읍을 대표하는 오름이다. 비자림에서 남동쪽으로 1㎞ 떨어진 지점에 남서쪽의 높은 오름(405.3m)을 빼고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이 솟아 있다. 도랑·달랑쉬로도 불리는데 산봉우리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다랑쉬라는 이름은 오름에 뜨는 달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는 제주말이다. 그 옆에 아끈다랑쉬(198m)가 있다. 둘째라는 뜻의 제주말인 ''아끈''을 붙인 아끈다랑쉬는 다랑쉬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뜻이다. 다랑쉬오름 정상에는 둘레 1.5㎞, 깊이 115곒의 분화구가 있다. 정상에 서면 용눈이오름, 높은오름, 돛오름, 둔지오름 등이 옹기종기 모인 광경을 볼 수 있다. 다랑쉬오름은 그 아름다움과는 달리 비극을 숨기고 있다. 4·3항쟁 당시 다랑쉬오름의 굴에 숨어 살던 사람들이 몰살당한 것. 이후 이 일대에서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당근밭이 비극을 숨기려는 듯 푸르게 펼쳐져 있을 뿐이다 남북으로 긴 타원형으로 사면이 급경사를 이루며 북쪽은 평평하고 정상에 봉우리가 있다. 산정부에는 깔때기 모양의 원형 분화구가 크고 깊게 패어 있다. 화구의 바깥둘레는 1,500m, 화구의 깊이는 115m이다. 지름이 30여m인 바닥에는 잡초가 무성하며 산정부 주변에는 나무가 드문드문 있고 오름기슭에는 삼나무가 조림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