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애의 세번째 영화 ''그 해 여름''은 그런 수애의 촉촉한 목소리와 맞춤옷같이 꼭 들어맞는다. ''가족''에서 거칠고 힘들게 사는 굴곡있는 소매치기 역할을 지나 ''나의 사랑원정기''에서 당당한 커플 매니저를 거쳤다. 데뷔 이후 5년 반이 지난 수애에게 멜로가 가장 잘 어울릴 것이라는 평가가 계속 이어지고 멜로 시나리오는 줄곧 그녀에게 도달했지만 작품으로 드러난 실제의 멜로 연기는 ''그 해 여름''이 본격적이요 처음이다.
얼굴에 기분좋은 웃음과 미소가 가득하다. 아마도 시사회 이후 쏟아진 연기에 대한 그리고 화면 가득 수애의 아름다운에 대한 칭찬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영화 관계자의 귀띔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촬영현장에서나 공개 인터뷰 장소에서나 말을 아끼는 것인지 수줍어 하는 것인지 대화의 갈증을 불러일으키는 수애를 한 호텔에서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화양연화''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여운이 남는 멜로, ''그 해 여름''은 그런 멜로
사람들이 멜로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평을 하는 데 대해 스스로도 그렇게 느낄까? "주변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나서는 ''이번에는 정인이가 꼭 너같다''고 하시더라구요. 그게 무슨 말인지는 솔직히 이해되는 부분도 있고 또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제 생각에도 다른 캐릭터들 보다는 멜로를 가장 쉽게 자신있게 보여드릴 수 있는 자신감은 있어요."
수애가 좋아하는 멜로 영화는 뭘까? "''화양연화''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면 보고나서도 계속해서 그 여운이 남잖아요. 그 잔상의 기분이 좋아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예전에 봤는데도 요즘에 또 소설로 읽어봤어요. 불륜이긴 하지만 충분히 공감가는 부분이 있지 않나요. 그런 좋은 영화는 관객에게 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득력을 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
현재에 몰입하는 것, 제가 연기를 계속하고 싶은 방식
''그 해 여름'' 스크린 속 수애 얼굴이 온통 활짝 폈다. 2~3kg 빠졌다는데 화면속에서는 여자들에게 흔히 하는 칭찬으로 ''꽃이 만개한것 같다''는 평이다. 수애는 지금 26이다. "얼굴살이 이전에 좀 많아서 좀 통통하게 나왔는데 최근에 많이 빠졌더니 그렇게 봐주시네요"라며 싫지만은 않다는 표정이다.
수애는 영화속에서 소위 월북한 빨갱이 아버지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시골 도서관 사서 정인역으로 깊이있는 감정연기와 첫사랑처럼 설레고 떨리는 석영(이병헌)과의 사랑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만일 지금 영화내용보다 더 무겁게 당시 상황이 사랑의 감정과 교차된다면 전 영화찍기를 망설였을거에요. 넘치지 않고 이만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강가 조약돌 씬을 좋아해요. 제 실제 정서가 가장 많이 묻어나는데 나중에 확인해보세요. 호호호."
평소 원체 말이 별로 없다고 들어 힘들줄 알았던 인터뷰는 수애의 달변(?)으로 시간가는줄 모르고 지나갔다. 그만큼 영화에 만족감을 갖고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