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미터 지하에서 한삽이라도 더…"연탄 수요 늘어 힘나요"

''고유가 시대'' 화순탄광 막장에 가보니…

지하 502m, 갱구로부터 3000m 지점 화순탄광 막장. 칠흑같이 어두운 폭 3.3m, 높이 2.4m의 채탄 공간으로 고성능 압기(압축공기 장치)가 쉴새 없이 탁한 공기를 빨아들이며 새 공기를 불어넣고 있지만 습한 지열로 금세 땀이 맺힐 정도로 후텁지근했다.

한 명이 헬멧에 부착된 라이트에 의지해 발파된 채탄벽에서 석탄을 캐내면 그 뒤로 2~3m의 간격을 두고 2~3명이 부지런히 컨베이어에 실어보낸다.

뜨끈한 연탄불 아랫목이 그리운 늦가을 아침 대한광업소 화순탄광. 지난 1905년 채광을 시작, 80년대 초반까지 호남 유일의 탄광으로 번성했지만 주 에너지원이 석유로 바뀌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가 최근 원유가 급등으로 연탄수요가 늘어나면서 활기를 되찾은 듯했다.


잿빛 작업복과 헬멧ㆍ라이트ㆍ허리띠ㆍ장화 등 수㎏에 달하는 장구를 갖추고, 급경사의 갱도를 따라 막장으로 내려가는 과정은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엘리베이터용 쇠줄로 연결된 권양기(광부를 실어나르는 레일차량)로 급강하를 시작하자 갱도 45~75㎝ 간격으로 강철 아치가 촘촘히 갱도를 버티고 있었다. 80년대 초반까지 나무를 사용했지만 이후 안전성이 높은 강철 아치로 대치된 것들이다.

8분여를 하강하자 탁하고 습한 온기가 온 몸을 휘감았다. 동행한 정모(51) 과장은 "차가운 밖의 기온과 달리 지하갱도는 사시사철 지열이 올라온다"며 "메탄가스가 나오지 않아 강원도 도계나 태백광산보다는 여건이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윽고 도착한 ''3사갱ㆍ16편 권립ㆍ-392mㆍ갱구에서 2158m(갱도 번호ㆍ채탄층 번호ㆍ해발ㆍ갱구와의 거리 순)''라고 쓰여진 막장 입구. 그물망 갱도를 헬멧 라이트로 주시하며 20여분을 헤집고 들어가자 광부들의 움직임이 희미하게 보였다.

하루 2교대 일과중 오전 8시에 막장으로 투입돼 오후 2~3시 사이에 퇴근하는 오전반 광부들. 점심 식사(오전 10~11시 사이) 직전, 두꺼운 마스크를 쓴 광부들은 10여 m씩 오밀조밀 꺾어들어간 막장에서 채탄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1300여 명의 광부들이 최대 연 70만5000톤(89년)을 생산했지만 지난 88년 석탄산업 합리화 이후 96년부터 명예퇴직이 시작되면서 현재는 460여명으로 대폭 줄었다. 요즘 광부 모집에 3배수 이상이 몰려 이곳서도 취업난을 느끼게 한다.

화순탄광의 지난해 생산량은 27만톤. 하지만 고유가 행진으로 화순광업소 비축분 10만톤이 이미 바닥난 상태다. 비닐하우스 등 시설하우스 농가와 저소득층이 난방용 연료를 연탄으로 대체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무연탄 생산량은 145만 톤이지만 소비량은 170만 톤에 달해 나머지를 비축분으로 충당했다. 이 가운데 연탄용은 전년 대비 37.4%가 증가(4만4000톤)했다.

올해(10월~2007년 3월)도 무연탄 소비량은 32.9%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연탄소비도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지역의 지난해 연탄 사용 가구는 전국 다섯번째인 1만3840가구. 월 103만개의 연탄이 소비된 꼴로 올해의 경우 이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화순탄광 유시근 지질과장은 "유가급등 영향으로 이미 재고가 바닥났다"며 "화순탄광만 전체 매장량(4000만톤)의 절반인 2000만톤을 캐낼 수 있을 정도로 아직 매장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고유가 시대, 대체 에너지원으로 무연탄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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