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유럽축구의 변방에서 일약 세계축구의 강국으로 떠올랐다.
FIFA랭킹 35위, 80년 유럽축구선수권 첫 출전에 이어 2004년 본선 두번째 출전.
그동안의 성적만으로는 유럽선수권자의 자리에 결코 오를 수 없는 그리스가 유로2004에서 메가톤급 태풍을 몰고와 모든 예상을 뒤엎고 유럽축구의 최고 자리에 올랐다.
FIFA 35위, 두번째로 본선 진출해 대이변
그리스는 5일 새벽 3시 45분 포르투칼 리스본 루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유로 2004 결승에서 메이저대회 첫 패권을 노리던 개최국 포르투갈을 1대0으로 꺽고 앙리들로네(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포르투갈은 개막전에서 그리스에게 2대1로 패한데 이어 결승에서도 그리스의 징크스를 넘지 못하고 눈물을 삼켰다.
이날 경기의 주도권은 전후반 90분 동안 포르투갈이 잡았지만 승리의 여신은 그리스의 손을 들어줬다.
포르투갈은 전반 13분 미구엘이 그리스 지역 왼쪽 진영을 파고 들며 날린 오른발 강슛이 골키퍼 폴리디스의 손끝을 스치며 슬쩍 빗나가 코너 아웃되면서 불안 한 조짐이 시작됐다.
볼 점유율 57대43으로 경기를 주도하면서도 결정적인 골 찬스를 잡지 못했다.
경기 내내 주도권 잡고도 골에는 실패
후반 들어서도 비슷한 양상이 계속됐다.
두 팀의 운명을 바꾼 것은 후반 12분. 코너킥을 얻은 그리스는 바시나스가 오른쪽 코너에서 높게 올리자 수비수 2명 사이에 끼어있던 하리스테아스가 번쩍 뛰어올라 헤딩으로 포르투갈의 골네트를 갈랐다.
6만여명의 관중들이 동시에 일어섰고 그리스 선수들과 서포터스들은 환호했다.
전후반 90분을 통해 포르투갈의 골문을 향한 유일한 슛이 득점으로 연결된 것이다.
다급해진 포르투갈은 코스타냐를 빼고 노장 코스타를 투입해 총공세에 나섰지만 한번 닫힌 그리스의 빗장은 결코 벗겨지지 않았다.
포르투칼은 후반 29분과 34분에 호나우두의 슛이 빗나가고 후반 44분 피구의 터닝슛과 45분 데코의 슛도 골문을 외면해 개막전에 이어 결승에서도 그리스에게 무릎을 꿇었다.
전후반 유일한 슛이 결승골로 연결
새로운 축구의 역사를 쓴 그리스의 우승은 오토대제 레하겔 감독의 수비축구가 진가를 발휘해 이루어졌다.
레하겔 감독은 경기 초반부터 수비에 치중하면서 역습하는 전략이 주효해 1골차 승리를 낚았다.
그리스는 포르투갈이 공격할 때는 8,9명이 수비에 가담하다 포르투갈 진영으로 넘어갈 때는 어느새 5,6명이 공격에 나서는 빠른 공수 전환으로 포르투갈을 잠재웠다.
안정된 공수조직력에 변화무쌍한 전술이 세계 축구팬들에게 변변히 이름이 알려진 스타플레이어 한명이 없는 그리스를 유럽축구 최고의 자리에 올려놨다.
특히 분데스리가에서는 우승제조기로 불렸지만 세계적 명성을 얻지는 못했던 레하겔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개막전 승리 이후
8강전에서 지난 대회 우승팀 프랑스를 꺽은데 이어 준결승에서는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체코마져 연파하며 세계적인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반면 포르투갈의 스콜라리 감독은 월드컵에 이어 유럽선수권 재패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안정된 공수조직력과 변화무쌍한 전술로 우승 제조
경기가 끝난 뒤 그리스 선수들은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고 잉글랜드의 루니와 함께 이번 대회 신동으로 떠오른 포르투갈의 호나우드는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흘렸다.
체코와의 준결승에서 실버골을 넣은 그리스의 수비수 델라스는
경기 전 "신이 우리에게 승리를 선물할 것"이라고 했고 그의 말대로 그리스는 신의 선물을 받았다.
CBS체육부 임영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