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도 이런 문제점을 의식해 지난 2004년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정치권 일부의 반대에 부딪혀 2년 넘게 국회 계류중이다.
신현덕 전 경인방송 공동대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성학 회장이 전시작전권 이양, 한미 정상회담, 북한 핵 실험 등의 내용이 담긴 D-47 문건을 영문으로 번역해 미국측에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이 문건은 특히 민감한 현안 문제를 미국측 입장에서 조언하는 국익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일반적인 법 상식으로는 이 자체만으로도 ''간첩죄''에 해당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통상 간첩죄의 핵심적 개념요소는 ''''간첩''''과 ''''국가기밀''''이며 국가기밀의 인정 범위는 우리나라의 경우 판례에 의해 정의된다.
이와 관련, 백 회장이 수집해온 수준의 국가정보는 과거 간첩사건의 판례에 비춰 국가기밀에 해당되며 미국측에 이를 전달해온 것은 그 자체가 간첩행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백 회장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것 또한 법조계의 중론이다.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로 간첩을 규정하기 때문에 상호방위조약을 맺고있는 동맹국인 미국에 협조한 행위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일본이나 중국, 러시아 등의 우방국, 또는 잠재적 적국이 될 수 있는 외국을 위해 매국·반역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군사기밀을 누설했을 때 처벌하는 군 형법이나 군사기밀보호법 역시 ''''적국'''' 규정을 두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타국 또는 그 대리인''''(독일형법 94조), ''''미국에 해가 되거나 외국을 이롭게 하기 위해''''(미국 연방법전 793조) 등 간첩죄의 요건을 외국으로 규정하고 있다.
송호창(민변 사무차장) 변호사는 ''''로버트 김 사건을 보면 미국은 동맹국 스파이도 처벌한 반면 우리 형법은 그럴 수 없다는 입법상의 공백이 있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런 사정을 반영해 열린우리당은 지난 2004년 10월 국가보안법 폐지안과 맞물려 형법 개정안에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바꿨지만 한나라당 등의 반대로 2년 넘게 국회 법사소위에 계류중이다.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는 냉혹한 국제 질서속에서 남들은 간첩죄로 단죄할 일을 우리만 용인하는 황당한 ''''법적 무장해제''''를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