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생각하면 제도상 한국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실업리그를 유지하던 한국은 지난 2004년 프로화를 단행했고 올해로 3년차가 된다. 그러나 배구층이 더 두텁고 인기도 높은 일본은 배구를 실업으로 유지하고 있다.
단순하게만 생각해도 일본이 한국보다는 프로화로 전환할 여건이 더 좋다. 현재 일본 남자 실업 상위리그에는 총 8팀이, 여자부에는 10팀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남자 4팀, 여자부는 5팀이다. 상무와 한국전력도 프로리그에 참여하고 있으나 신분은 엄연히 다르다.
일본에는 한국으로서 상상 할 수 없는 2부리그도 존재한다. 남자부 8개, 여자부 8개팀이 있는것. 이러한 차이는 배구를 처음 시작하는 여건이 한국과 일본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엘리트체육 위주로 돌아가는 한국에서는 배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소망 만으로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체격조건이 갖추어져야 하며 실력도 있어야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대학, 프로팀 배구팀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일본에게 있어 배구는 생활체육에 근간을 두고 있다. 일본 대부분의 중,고교에 동아리 형식의 배구부가 있는 것. 키가 작다고 해도 배구가 하고 싶다면 동호인의 차원에서 얼마든지 동아리에 가입 할 수 있다. 이들 중 빼어난 사람이 있다면 실업팀에도 갈 수 있고 국가대표도 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2부리그에서 1부리그로 올라간 팀은 ''니오시병원''팀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반 기업이 운영하는 팀이 아닌 병원팀이다. 물론 전문적인 선수도 포함되어 있지만 임상병리사, 간호사였다가 대회가 열리면 선수로 변신하는 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팀이다. 이러한 차이로 한국과 일본은 선수층에 큰 격차가 있다.
지난 4월 한일 톱매치가 이루어졌을때 한국 단장과 일본단장이 만나 담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당시 통역을 맡았던 한일 배구통 이타가끼 요꼬씨는 당시 단장들간에 오갔던 대화를 한토막 전했다. 한 한국단장이 "왜 일본은 아직 프로화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일본 단장은 "프로와 실업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되물었고 이에 대해 한국단장은 "연봉과 월봉 차이가 아니냐"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일본 단장은 "돈을 몰아 주는 것과 다달이 주는 것이 프로와 실업의 차이라면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일본 배구계는 ''프로화를 하려면 각 구단의 모기업에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수익을 창출해 배구팀을 꾸려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것. 아직 일본 배구는 이러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에 "아직 일본은 프로화할 단계는 되지 못했고 준비 중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엘리트 체육''을 중시하는 한국은 여전히 ''성적''으로 우월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성적''을 기준삼아 생각해보자.
여자의 경우 역전된지 오래되었지만 남자부의 경우 한국이 여전히 일본을 앞서고 있어 이러한 기준으로는 아직 가슴을 쓸어내릴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여건에서 언제 남자대표팀 역시 일본에게 아시아 정상의 자리를 내줄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