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인디애나주 남부는 농촌지역이다. 이 한가로운 농촌지역에도 간혹 검은 정장에 검은 선글래스를 쓴 FBI요원들이 출동할 때가 있으니 마약단속이 있을 때가 바로 그것이다.
할리우드영화에서 나오는 고급스러운 양복에 최첨단 무기와 자동차로 무장한 마약상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코카인이나 헤로인 같은 마약보다 미국사회를 더 위협하는 것은 농가의 헛간에서 제조한 ''''crystalmeth''''라는 신종마약이다.
이 마약은 화학비료성분과 에탄올등을 섞어서 만드는데 제조기술이 간단하고 값이 싸 농촌지역에서 애용(?)되고 있다. 농촌에서 이 마약을 만드는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으니 제조할 때 엄청난 악취가 풍겨 도시에서 만들었다가는 이웃에서 바로 신고가 들어온다. 결국 농촌의 헛간에 실험실을 만들고 제조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마약이 나치 독일이 신형 화약을 만들다 나온 부산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원래 화학실험이라는 것이 옛날 금을 만들려고 애쓴 연금술사들이, 원하는 금이 아니라 엉뚱한 화학물질을 만들어낸 것이 시발점이다.
이럴 경우 뜻하지 않게 위험천만한 물질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하는데 이 마약도 출생신고서를 조사하면 마찬가지 경로를 겪은 사실이 확인된다.
우리의 골치를 아프게 하는 영어라는 언어도 내가 보기에는 이런 여러 가지 화학물질의 기형적인 혼합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흔히 영어라는 언어를 접할 때 라틴어나 그리스, 불어, 게르만어 등이 혼합된 언어라는 설명을 듣지만 이 혼합물이 ''''crystalmeth''''처럼 강한 중독성을 보이는지 아니면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리면 헛간 전체를 날려버릴 만큼 강력한 폭발력을 가진 에탄올을 함유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저, 세계사 교과서에 나오는대로 프랑스의 노르망디개공이 영국을 침략해 불어의 영향을 받고 로마군이 라틴어를 전파하는 식의 단편적인 설명만 나올 뿐이다.
영어에 섞여 들어간 언어들을 추적하기는 쉽지 않지만 단순히 라틴계 언어는 고급문화나 학문을, 게르만계 언어는 단순한 자연현상, 가축의 이름에만 남았다고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점이 많다.
이미 전 세계를 장악한 이 가공할만한 혼합물의 성격을 규정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말과 비교하는 것이다.
우리말로 ''''이상하다''''라는 단어를 영어로 옮기라면 상당히 어렵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strange''''를 쓰면 좀 생소하고 기분이 나쁘다는 감정이 들어간다. 또, ''''alien''''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exotic''''이라고 하면 다소 이국적이면서 호기심을 끄는 것을 의미하고 그저 희한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odd''''가 가장 정확하다.
외국어를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전이 문제''''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사전도 사전이지만 우리말이 외국어와 어떻게 다른지 모르는 사람은 외국어도 배우기 힘들다.
위에서 나온 단어가운데 strange, exotic, alien은 바로 라틴계언어이고 odd는 순수 영어에 해당하는데 왜 이런 커다란 의미차이가 있는 것일까?
바로 언어에는 인간의 감정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단지 이상하기만 한 것은 감정이 하나 뿐이다. 하지만 희한한 것은 이상하기 때문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요, 이국적인 것은 이제까지 접하지 않은 신기함이 들어 있다.
인간의 감정은 하나가 아니라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데 새로운 라틴어 어휘는 이런 감정을 표현하려다보니 도입된 것이다. 우리말에도 같은 뜻을 가졌지만 일단 귀에 들리면 느낌이 다른 단어나 어휘가 있지 않은가?
즉, 우리말로 아무리 같은 뜻으로 해석돼도 사실은 이 단어들이 같은 말이 아니다. 다시 말해 단어에 대한 이해 없이 동의어나 반대말 암기식 위주의 단순한 공부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 이서규 통신원은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