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규의 싱싱영어] 한가지 뜻만 외우다간 큰 코 다친다

My dogs are barking : 개들이 짖는다? 발이 아프다!

''''1+1=?''''

이 간단한 수학문제를 난데없이 칠판에 적은 분은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90년대 중반 한 아일랜드인 교수님이셨다. 이 교수님은 ''''만일 이 문제의 답이 2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초등학교 산수시간으로 돌아가세요''''라고 말씀하셨다.

언어를 배우는 왕도는 1+1=2가 아니라 답이 0이 될 수도 있고 100이 될 수도 있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신 교수님 말씀이 아직도 뇌리에 역력한데 미국에 오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실감이 난다.

당시 들었던 수업의 주제는 어휘를 어떻게 익힐 것이냐를 두고 그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었다. 영어에서 단어를 외운다는 말을 그대로 하면 어법상 다소 어색하다. 영어에서는 굳이 단어를 외운다는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외국어는 외워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굳이 어휘를 공부한다는 표현을 한다면 ''''to improve word power''''나 ''''to increase vocabulary''''라는 말은 쓸 수 있지만 이 말 어디에도 외운다는 표현은 없다.


외국인이 영어를 배우는데 가장 어려운 점이라면 단어 하나가 한가지 뜻만을 갖지 않기 때문에 머리 속으로 아무리 기억을 해도 이를 말로 연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중학생도 아는 ''''part''''라는 단어만 해도 ''''부분''''이라는 뜻 외에 동사 ''''take''''와 결합해 ''''참가하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이발소에서 만일 이 말을 듣는다면 그것은 다름아닌 ''''가르마''''를 뜻한다. 같은 말을 해도 표현을 달리해 단어와 단어를 끼워 맞추는 식으로 말했다가는 낭패를 보기도 한다. 우리 말로는 식사량이 많다는 말을 하지만 영어에서는 ''''portion is big''''이라고 해 식사량이 크다고 말한다. 결국 외국어에는 한가지 단어나 표현에 한가지 뜻만 가지지 않는다. 애당초 1+1에서 1이라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다.

보통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모국어실력이 탄탄하다는 말을 하는데 자기 모국어로도 같은 현상을 감정을 실어가면서 혹은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세련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외국어를 잘 할 수 밖에 없다.

외국어를 배울 때도 한가지 단어가 한가지 뜻이 아니라 여러 다른 의미로 쓰인다는 사실을 자기 모국어로도 파악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외국어는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 수 있다. 한가지 표현이라도 유용하게 쓰려면 한 단어가 그만큼 가진 뜻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부측에서 과격한 언행으로 북군과의 전투를 자극한 독설가로 Robert Toombs라는 인물이 있다. 이 인물은 전쟁 직전에 한 연설에서 ''''We could lick those Yankees with cornstalks(우리는 그 양키들을 아주 쉽게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가벼운 옥수수대(cornstalk)만으로도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전쟁은 남부의 패배로 끝났다. 역시 말로 먹고 살던 인사인지라 전쟁 후 한 인터뷰에서 Toombs는 ''''Those damn Yankees refused to fight with cornstalks(그 양키들이 옥수수대로는 싸우려고 하지 않더군)''''이라는 말로 자기가 한 말의 모순을 빠져나갔다. 같은 말이지만 ''''with cornstalks''''가 의미하는 두가지 다른 뜻을 교묘하게 이용한 셈이다.

영어에서 공수부대를 뜻하는 ''''air-borne''''이라는 말도 사실은 공기로 전염되는 질병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참고로 하수도시설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 창궐하는 수인성전염병은 ''''water-borne''''이다.

우리가 실험실로만 기억하는 ''''lab''''이라는 단어도 만일 ''''small toxic lab''''이라고 하면 시골의 작은 농가에 몰래 차려놓은 마약공장을 의미한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자. 아직 정식 영어로 인정받지 못하는 속어지만 흔히 개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진 ''''dog''''이라는 단어가 사실은 발을 뜻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My dogs are barking''''이라면 ''''개들이 짖는다''''가 아니라 ''''발이 아프다''''라고 해석한다.

기억하기 바란다. 단어건 숙어건 한가지 뜻만 달랑 외우는 것은 스스로 언어의 무덤을 파는 짓이다. 한가지 단어를 접할 때는 자신이 아는 뜻 외에 다른 뜻이 있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 이서규 통신원은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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