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이면 가요순위 상위는 늘 발라드가 차지한다. 올해도 어김이 없다. 이승철, 신승훈, 성시경 등 발라드 가수들의 약진은 무서울 정도다.
베테랑 가수들의 인기행진 속에서 눈에 띄는 낯선 이름이 있다. 바로 신인 가수 태원(본명 박태흥·27)이다.
오래 사랑받을 가수의 등장 알리는 1집 발표
1집 ''퍼스트 보이스(First Voice)''로 가요계 문을 두드린 태원은 신인답지 않은 수준급 가창력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타이틀곡 ''여자야''에서 ''넌 정말 못된 여자야, 넌 정말 나쁜 여자야''라고 외치는 그의 목소리는 오래 사랑받을 가수의 등장을 알린다.
데뷔 앨범에는 12곡이 빼곡히 담겼다. 찬 바람 맞으며 들어야 제 맛이 나는 ''여자야''를 비롯해 ''유리잔'', ''기억이'', ''크레이지(Crazy)''로 이어지는 노래들은 발라드의 차분한 호흡을 균일하게 잇는다.
익숙한 멜로디의 편안한 노래들이 탄생할 수 있던 이유는 듀오 바이브의 보컬 윤민수의 역할이 컸다. 태원의 절친한 친구이자 이번 음반 프로듀서를 맡은 윤민수는 태원의 창법 지도부터 수록한 대부분의 노래를 직접 작사, 작곡했다.
"(윤)민수가 아니었다면 가수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앨범 작업이 자꾸만 미뤄지는 나를 지켜보던 민수가 어느 날 ''내가 해줄게''라며 나섰다."
몇 년간 정체돼 있던 태원의 음반 작업은 윤민수를 통해 비로소 완성됐다.
3~4년간 음반 제작사 옮겨 다니며 마음 고생
1979년생인 태원은 다른 가수들과 비교해 데뷔가 늦은 편. 고교 시절부터 록밴드에 몸담으며 가수를 꿈꿨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자연히 시련도 컸다.
지난 2003년 일반인과 연예인 간의 짝짓기 프로그램 ''장미의 전쟁''에 출연해 처음 얼굴을 알리고 성악가 조수미의 곡 ''나 가거든''을 불러 큰 화제를 모았다. 수준급 가창력에 놀란 네티즌들은 노래 장면을 인터넷에 올렸고, 지금도 여러 포털 사이트에서 그 당시 장면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어 드라마 ''해신''에서 주인공인 장보고 테마를 불렀지만 그 뒤론 뜸했다. 가창력은 인정받았지만 정작 데뷔 앨범을 손에 넣을 수는 없었다.
"여러 음반 제작사를 옮겨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됐다. 함께 준비하자고 약속한 제작사 중 등을 돌린 곳도 있었다. 시간이 길어지니까 방황도 길어졌다. 술도 많이 마시고 가수를 포기할까 고민도 했다. 장사를 할까, 부모님 밑에서 일을 배울까, 어려운 시간이었다."
방황이 계속됐지만 태원은 "돈 보다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싶었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내 노래로 어떤 느낌을 전해주고 싶었다"고도 했다.
"얼굴은 몰라도 태원의 노래는 알아주길"
3~4년간 아픈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데뷔 앨범을 발표한 태원은 조심스럽게 "욕심이 있다면 내 얼굴은 몰라도 태원의 노래는 알아주는 것"이라며 "어디 가서 ''나 가수야''라고 내세우는 건 필요없고 그저 노래가 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오래 참아 온 만큼 노래에서는 지고 싶지 않은 듯 하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가수들의 트랜드와 비교해 다소 늦은 나이에 첫 음반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늦게 데뷔해 혹시 우습게 보이지 않을까, 이미 자리를 잡은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도 고민했다"는 태원은 "가수의 꿈을 접고 다른 일을 했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어땠을까 생각해 보지만 후회할 시간에도 열심히 노력하는 게 최선"이라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