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송가에서 현역 연기자 중 가장 고참인 이순재(71)가 후배 연기자들에 중에서 가수출신으로 영화와 드라마까지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동하는 엄정화를 ''대단한 배우의 기질을 가졌다''고 칭찬했다.
이순재는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 회의장에서 열린 MBC 새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제작발표회 간담회에서 후배 연기자들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하면서 ''거침없이'' 50년 연기 선배의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이순재는 92년 수도꼭지 시청률을 기록한 ''사랑이 뭐길래''에서 대발이 아버지로 장안의 인기를 끌어모았고 ''허준''에서 허준의 스승인 명의 유의태를 맡아 한국의 ''간달프''라는 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순재는 이번 드라마에서 가부장적이고 대쪽같은 대발이 아버지의 이미지에서 좀더 코믹하게 치고나가는 한의원 원장 역으로 부인 역의 나문희와 함께 시트콤의 중심을 잡아나가는 막중한 역할을 부여 받았다.
이순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가끔 사람들이 연기자들에게 변신에 성공했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잘보면 배역이 바뀌었을 뿐 연기는 그대로인 후배들이 많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한편으로는 "가끔 현장에서 연기잘하는 친구를 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일부러 다가가서 ''너는 평생 연기해라''하고 말해준다"면서 연기에 열정있는 후배들에 대한 칭찬도 덧붙였다. 하지만 "기본기도 안 된 연기자를 배우라고 내보내는 건 시청자들에게 농약도 안 닦은 사과를 내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뼈있는 비유를 하기도 했다.
가수 출신이 연기자로 변신하는 것에 대해서는 "요즘은 크로스 오버가 대세인 것 같다. 그것은 예전과 다른 일종의 흐름"이라면서 "박해미 씨도 뮤지컬을 했고 정준하는 개그맨이다. 이제는 그렇게 다방면에서 활동하던 사람이 한 드라마안에서 다양하게 그러나 아주 매끄럽게 녹아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트콤에서 ''코요테''의 신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소질이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대사를 읽는 것이 아니라 전달 능력이 괜찮아 보인다"면서 "성격도 재미있고 앞으로 한번 지켜볼 만하다"고 덕담했다. 하지만 그가 밝힌 최고의 가수출신 연기자 후배는 엄정화. 이순재는 "가수로도 명성을 꽤 얻었는데 현장에서 연기할 때 보면 매우 진지하고 열정이 대단하다"면서 "그런 후배가 있다는 것은 그래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개그맨 임하룡의 연기자 변신에 대해서도 그런면에서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이순재는 ''허준'' 촬영 당시에 지금의 ''주몽'' 작가인 최완규 작가가 쪽대본을 날리는 것을 보고 호통을 쳤던 일화를 갖고 있다. "그렇게 좋은 대본을 그렇게 다급하게 허둥지둥 만들어서야 되겠냐는 뜻을 전달한 거죠. 지금의 드라마 제작 상황도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이번 작품의 대본 나오는 속도는 그래도 재미있게 적당한 속도로 나오고 있다 " 고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이순재는 드라마 편성과 연장방송 문제에 대해서는 "''''방송사가 이제 시청률에 목을 매면서 상업성만을 생각하다 보니 드라마를 늘였다 줄였다 한다면서 "편성은 시청자와의 약속인데 시청자가 연장을 요청하지 않는한 어설픈 연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 지적했다.
연기 스승이자 대가인 이순재의 한마디 한마디는 매우 의미심장하게 함께 작업하는 후배 연기자들에게도 울림이 있었나 보다. 신지, 최민용, 서민정 같은 후배들이 이순재에게 깍듯이 예를 갖춰 인사를 하는 모습은 현장에서 취재진이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