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울산시청 의사당에서 열린 부산지방노동청에 대한 국회 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우원식 의원(열린우리당, 서울 노원을)은 노동부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지난해 대법원이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127개 현대차 사내하청회사 중 113개 회사 대표의 출신을 추적한 결과 70%나 되는 최소 86개 회사의 대표가 현대차 임직원 출신이라고 밝혔다.
우원식 의원은 1차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현대차 사내하청 12개 업체 대표 중 11개 업체 대표가 현대차 임직원 출신으로 드러났고, 2차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101개 업체 대표의 고용보험 이력을 확인한 결과 최소 75개 업체 대표가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현대차 임직원 출신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대법원이 ''''위장도급'''' 기준으로 제시한 ''''원청의 전임 임직원이 하청업체 대표''''라는 점에 부합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내하청업체 중 1998년까지 현대모비스 직원이었다가 그 해 퇴직,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사내하청업체인 명성산업, 우신기업을 비롯해 모두 6개 사내하청업체를 돌아가며 근무했던 ''''성화산업''''의 대표는 부서 순환근무와 같은 형태로 하청회사 대표로 배치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내하청업체 성일기업의 대표 역시 취임 전 2년간 현대차 울산공장 안에 있는 신명기업에서 근무하는 등 6개 업체에서 순환근무했으며, 그 밖에도 사내하청업체에서 ''''순환배치'''' 식으로 근무한 업체 대표가 다수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우원식 의원은 이를 가리켜 ''''사내하청업체 대표를 현대차에서 임명한다는 명백한 증거''''라 말하고 ''''현대차의 경우 사내하청업체는 하도급 관계가 아니라 사내 부서로 봐야 한다''''면서 ''''대법원 판례에 따라 파견법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하청업체 노동자는 이미 원청과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따라서 현대차의 경우 ''''불법파견''''이 아닌 ''''위장도급''''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면서 ''''노동부가 조사할 수 없으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요청 또는 고발함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이어 ''''사내하청회사의 잦은 인수인계를 고려할 때 이미 소멸했거나 불법파견 판정을 받지 않은 사내하청회사까지 포함해서 분석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하고 ''''불법파견과는 달리 위장도급 판정을 받으면 해당업체 노동자들을 즉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만큼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 차원에서 진상 규명에 협력할 것''''을 현대차와 노조에 주문했다.
한편 대법원은 ''''SK 인사이트 코리아''''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사내하청업체의 대표는 원청의 전임 임직원이 선임, 전적으로 원청의 업무만 도급받고 ▲독립법인으로 운영되지만 회사의 한 부서와 같이 사실상 경영에 관한 결정권을 원청이 행사, 실질적으로는 모자(母子)회사의 관계에 놓여 있으며 ▲기타 임금 수준도 원청 직원의 임금인상과 연동해 결정하는 점을 ''''위장도급'''' 판정 기준으로 삼은 바 있다.
<우원식 의원 미니인터뷰>
국정감사 질의를 마친 직후 감사장 바로 옆 ''위원 휴게실''에서 잠시 통화하고 있던 우원식 의원을 만났다. 그는 같은 당 소속 김종률, 제종길 의원의 질문시간 절반씩(5분간씩)을 양보받아 모두 20여 분에 걸쳐 송곳날 같은 신문 공세를 펼쳤다.
- 오전 질의 중 가장 알맹이 있는 질의로 보였다.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의 차이점을 지적했는데….
▷ (사내하청업체의) 원청에 대한 종속 강도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대법원이 ''위장도급''으로 판정한 ''인사이트 코리아''의 경우와 똑같다.
-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대표의 상당수가 현대차 임직원 출신을 어떻게 알아냈나? 현대차에서 잘 협조해 주던가?
▷ 그럴 리 있겠는가. 하는 수 없이 노동부에 하청업체들의 고용보험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고용보험 리스트를 뒤져 보니 자연히 회사 대표의 신분이 밝혀지더라. 하청업체를 본인들이 만들었다기보다 회사에서 전보발령하듯이 대표로 앉힌 것으로 본다. 임원 대부분이 현대차 출신이고, 그러다 보니 노무·경영 면에서 독립성이 없는 것 아닌가? ''위장도급''의 기준에 부합된다.
- 일부 하청업체 대표들이 여러 업체를 돌아다녔다는 말은?
▷ 그것도 고용보험 리스트에서 찾아냈다. 작년에는 협조를 못 얻어 못 찾아냈지만. 유인물 뒷장에 상세히 적혀 있다.
- 비정규직인 하청업체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돌려야 하는 이유는?
▷ ''불법파견''은 법적으로 정규직 전환이 어렵겠지만 ''위장도급''에 해당되면 당연히 정규직으로 해 주어야 한다. 특히 하청업체에서 2년 이상 일한 노동자들은 정규직 자리를 주어야 하고 이 일에는 회사뿐만 아니라 노조도 적극 나서야 한다.
- 현 노조위원장이 매우 합리적 사고를 가졌다는 평이 있는데….
▷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작년 국감장에서 답변한 전임 노조위원장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작년에 현대차에서 ''테라칸'' 생산라인을 죽일 때 하청업체 노조가 협조해서 노동자들을 전환배치시켜 주면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끝내 비정규직 47명만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당시 노조위원장은 ''라인''의 대의원과 합의해야 한다면서 발을 뺀 것으로 안다. 어찌 보면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자신들의 ''안전판''쯤으로 여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박유기 현 노조위원장은 제3자도 대화 테이블에 앉히는 걸 보면 좀더 합리적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