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특집 IMD①]''''가족 경영기업, 代이어 잘 할 수 있다(?)''''

IMD-가족경영연구 활발 진행중

요아킴 슈바쓰(Joakim Schwass) 교수

지난 16일 재정경제부는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금융기관장 간담회에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과 과제''를 보고하면서 우리 금융산업의 수준은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진단을 내렸다.


국가경쟁력보고서로 유명한 IMD, 가족기업연구도 활발

재경부는 그 근거의 하나로 국제경영개발원(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의 보고서를 인용, "우리나라 금융부문의 경쟁력은 조사대상 60개국 중 40위로 전체 국가 경쟁력 순위(35위)보다 뒤쳐졌다"고 보고했다.

재경부가 이날 인용한 IMD의 보고서는 이 기관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경쟁력 연감(The IMD World Competitiveness Yearbook)의 2004년도 분이다.

IMD는 올해 5월 4일 전 세계 51개 국가와 9개 지역을 대상으로 국가경쟁력을 평가한 ''2004 IMD 세계경쟁력 연감''을 발표했다.

이 평가에서 한국은 35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2단계 상승한 것이지만 ''아시아권에서는 싱가폴(2위), 홍콩(6위), 일본(23위)은 물론, 한 수 아래라 생각하던 태국(10위)과 인도(11위)에도 밀렸으며, IMF 이전 25~27위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는 각주를 단 채 도하 각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다.

IMD를 전세계, 특히 한국에서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로 이 세계 경쟁력 연감일 것이다.

IMD 스스로도 이를 ''각국 기업과 정부들에게 국제적 투자결정을 내리고 경제정책 및 전략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매우 귀중한 도구 (It is an invaluable tool for both companies and governments, helping to make investment decision and assess the effects of policies and strategies)'' 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IMD의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쟁력연감은 작성 경위가 경영자 위주로 되어 있어 객관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고, 이를 보도하는 국내 언론의 태도에 대해서도 ''수치에 경도돼 국가간 비교에 치우쳤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비판이 있기도 하다(미디어 오늘 2003년12월18일자 ''순위만 나오면 광분하는 한국 언론'').



▲스위스 로잔에 있는 IMD 캠퍼스 전경

"대를 이은 가족기업 잘 성장할 수 있다?"

스위스 로잔에 있는 IMD는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이 운영하는 특수경영대학원이다.

캐나다의 알루미늄 회사인 ALCAN이 1946년 스위스 제네바에 설립한 국제경영대학원 IMI와 스위스의 식품회사인 네슬레(Nestle)가 1957년 로잔에 설립한 경영대학원 IMEDE가 1990년 합병, IMD가 만들어졌다.

이 곳은 1993년부터 원장을 맡고 있는 피터 로렌지(Peter Lorange.미 하바드 대 경영학 박사.노르웨이 출생)의 주도 아래 기업처럼 운영되고 있다(Wall Street Journal Europe 2003년4월8일자 기사 ''School is run like a business'').


IMD는 여느 경영대학원들처럼 경영학 석사과정, 최고 경영자 과정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기도 하지만 기업 경영 컨설팅과 연구개발, 세계경쟁력 연감발행 등에서 다른 국제경영대학원들과 차별화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경쟁력 연감 못지 않게 특기할 만한 부문이 가족기업, 즉 가족이 소유는 물론 경영도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에 관한 연구활동이다.

IMD의 가족기업 연구는 세계적인 가족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 88년부터 시작돼 이 학교 내에 가족기업센터(Family Business Center)의 설립으로 이어지면서 활기를 띠어 왔다.

IMD는 지난 96년부터 모범적인 가족기업을 선정해 시상을 해오고 있기도 하다(1회 수상자 Lego-덴마크.3세대째 경영-).

이 방면의 연구를 14년째 하고 있다는 요아킴 슈바쓰(Joakim Schwass) 교수는 "가족 기업은 복잡하고 까다롭지만 체제(system)는 체제다. 즉 구조와 전략, 경영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12개 가족기업을 다룬 책을 내기도 했다는 슈워즈 교수는 가족기업을 하나의 체제로 분석하면서 "첫째, 대주주와 경영진의 거리가 가깝고 둘째, 대주주가 정체성(identity)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가족기업의 장점으로 가족 가치의 기업투영, 낮은 대리인 비용, 의사결정의 효율성 등과 함께 무엇보다 ''참을성 있는 자본(patient capital)''과 경영진의 ''끈기(enduring nature)''를 들었다.

그는 포도주병의 코르크 마개를 생산하는 포르투갈의 한 가족기업을 예로 들면서, ''나무를 심어서 제품을 만들게 되기까지 50년이 걸리는'', 이런 사업은 일반기업에선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즉, 단기적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사고와 접근이 가능한 것이 가족기업의 장점이라고 그는 말했다.

가족기업의 자본이 일종의 모험자본(Venture Capital)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아킴 슈바쓰교수, "가족기업은 하나의 체제"

반면, 단점으로는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는 기업이 많아 자본 규모가 제한되고, 가족간의 역할이 불분명하고 이로 인해 갈등가능성이 높은 점, 전문성과 균형적인 지배체제의 부족 현상 등을 슈바쓰 교수는 꼽았다.

이런 가족 기업이 세대를 이어가며 성공적으로 살아남는 경우는 대부분 세대가 바뀌면서 새로운 기업가치를 더하는데 성공한 경우라고 그는 소개했다.

이탈리아의 원단회사인 제냐(Zegna)의 경우 1세대 창업자는 실을 만들었고, 다음 세대 경영승계자는 실을 만들어 팔면서 동시에 원단을 짜서 팔았고, 3세대 승계자는 실과 원단의 제조판매외에 추가로 양복제조업에 뛰어들었다.

또 4세대인 현재의 경영자는 실과 원단, 양복의 제조외에 양복의 소매판매사업을 추가했다. 이처럼 세대를 거듭하면서 연관사업의 새로운 영역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경우, 즉 새로운 기업가치를 더한 경우를 슈바쓰 교수는 매우 바람직한 성장(smart and intelligent growth)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제냐의 경우처럼 세대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더해가지 못한 가족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사례가 매우 흔하며, 이 때문에 가족기업에게는 다음 세대로의 소유.경영권 이양이 바로 ''도전(challenge)''이 된다고 지적했다.

다음 세대의 새로운 계승자가 경영에 ''의욕이 있고, 능력도 있어야 (willing and competent)'' 하지만, 특히 새로운 가치를 기존 사업과 기업에 추가해야 살아남을 확률이 커진다는데 가족기업의 고민이 있다는 것이다.

제냐사의 경우 다음 세대에는 여성복 제조 분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슈바쓰 교수는 덧붙였다.(계속)

로잔(스위스)=CBS경제부 정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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