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거짓에 열광하고 진실에 실망한다. 우리에게도 진실이 아닌 순간이 있었겠지만 적어도 거짓은 아니었다."
시작부터 이야기는 무거웠다. 2년만에 새음반 ''더 리버스 오브 듀크(THE REBIRTH OF DUKE)''를 들고 돌아온 남성듀오 듀크의 김석민과 김지훈은 ''다시 태어난 듀크''란 앨범 제목만큼이나 목소리도 눈빛도 달라져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김석민은 몸무게의 4kg이 빠졌고, 김지훈은 4kg이 쪘다. 체중도 나눠가질 만큼 지난 7년간 떨어지지 않았던 두 사람은 그룹의 인기 상승과 하락, 연예인으로서의 명예와 위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
"관심 밖이 되면 연예인은 없는 사람이 된다"
"우리라고 특별한 게 없다. 연예인은 인기를 먹고 산다지만 우린 데뷔부터 특별하지 않았다. 남들과도 다르지 않았다(김석민)."
스스로는 특별하지 않다 여겼지만 연예인이란 직업은 이들을 가만 두지 않았다. 사생활은 세상의 관심사였고 일거수 일투족은 ''안주거리''가 됐다.
"연예인이 된 후에 손가락질 받지 않기 위해 행동도 말도 바르게 하려고 노력했다. 연예인들 중 나보다 바르게 생활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자신할 수 있다. 벼락이 치는 날도 하늘을 바로 쳐다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문제있는 사람이 돼 버렸다(김석민)."
김석민은 "많은 사람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일도 지쳤고 이제는 여자친구를 만나는 일도 두렵다"고 했다.
지친 건 김지훈도 마찬가지다.
"만나는 친구들이 5명 정도 밖에 안된다. 그 외 사람은 만나지 않는다. 내 별명이 오죽하면 ''구설수''인데 소문도 좋지 않고 문제가 생긴다."
그 ''문제''는 지난해 약물복용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일을 말한다. 1년의 시간이 지난 뒤 김지훈은 후회도, 교훈도 얻은 눈치다.
"여러 일을 겪으면서 믿었던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배신감도 들었다. 12년간 가수생활하며 지금까지 내게 남은 게 뭔가, 약물을 복용한 김지훈? 그거 말고는 없었다. 부모님까지 욕을 먹으니 내가 뭐하러 이 일을 하고 있나 회의가 들었다. 물론 내 잘못이다. 후회하고 반성한다.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말은 계속됐다.
"결국 그 사건을 계기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주변의 많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 연예인은 눈 밖에 나면 그때부터는 아에 없는 사람이 된다. 소모품이다. 가수란 직업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게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구나. 굳이 가수가 아니더라도, 분칠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속 편하게 살고 싶었다."
옆에서 듣던 김석민은 "가수가 됐기 때문에 김석민 개인의 삶은 100% 손해를 봤다"고 했다. "내가 결혼은 할 수 있을까, 내겐 얼마나 많은 장벽이 있는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떠나려고 했지만 그래도 음악은 못 버리겠다…"
김지훈과 김석민은 툭 털고 다른 일을 시작하려고 해봤다. 김석민은 제빵 기술을 배우러 영국 유학까지 준비했다. 하지만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만 들어도 귀가 번뜩였다. 지금까지 듀크의 모든 음반을 스스로 프로듀서한 까닭에 음악에 대한 욕심은 쉽게 버릴 수 없었다.
"그래도 음악은 못 버리겠구나, 그게 우리가 걸어온 길이구나 싶었다. 어설프고 비어 있는 음악이지만 결국 우리 체질이니까(김석민)."
그렇게 듀크는 싱글 ''더 리버스 오브 듀크''를 통해 조심스럽게 가요계로 돌아왔다. 쉽지 않은 결정이고 그만큼 공을 들인 음반이다.
"지금까지는 상업적으로 연관된 음반만 했다. 이번 앨범은 편안하게 완성했다. 상업적일 필요가 없는 앨범이다(김지훈)."
타이틀곡 ''슈퍼맨''은 힙합 곡이다. 그동안 밝은 테크노를 주로 선보인 듀크의 장르 변화가 새롭다. 특히 강수지의 피처링은 곡에 편안한 분위기를 더했다.
"목소리에 여러 느낌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는 두 사람은 "음역대가 낮아지고 깊어진 느낌"이라고 했다. "예전 노래들은 노래방에서 부르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부를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꼽기도 했다.
김석민이 작곡한 ''가난한 자의 기도''는 김지훈의 짙은 음색이 인상적이고 발라드곡 ''굿 바이 마이 러브(Goodbye my love)'' 역시 기존의 듀크 음악과는 180도 다른 감미로움이 돋보인다.
진한 아픔을 겪고 어렵게 새 음반을 완성한 듀크는 오히려 "아직 겪지 않은 사람이 안쓰럽다"며 "경험했으니 이제는 잘못된 길은 피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마음을 숨기려면 처음부터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는 두 사람은 "이제 남은 건 지금 우리가 갖은 재능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느냐"라면서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