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깜찍한 율동과 노래로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가요계의 요정 여성 4인조 ''핑클''의 이진이 이제 가수라는 수식어를 떼고 진정한 연기자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이진은 오는 23일 MBC 베스트극장 ''사고다발지역''편을 통해 본격적인 정통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SBS 오락 프로그램인 ''반전드라마''를 마지막으로 10개월만에 본격 연기자로 복귀 신고식을 치르는 이진을 21일 만났다.
당분간은 돌아갈 생각없이 오직 연기에만 올인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진. 환하게 웃는 얼굴이지만 대단한 스타 그룹의 멤버라고는 보기 힘들게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이제 그는 1998년도에 데뷔해 가요계 최정상 인기를 누리던 ''핑클''네명의 요정중 한명이 아니었다. 혼자였다. 홀로서기를 한지도 꽤 됐지만 여전히 그는 ''핑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연기자로 본격 승부를 걸기위해 그는 세번의 도전을 했지만 캐스팅 실패를 거듭했다. 최종 단계까지 도달했지만 마지막 결정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시고 좌절했다. 나중에 이진의 귀에 들려오는 소리는 "아직도 ''핑클''의 이진같다"는 얘기였다. 가수의 분위기가 아직 덜 빠졌다는 평가였다. 그리고 또다시 네번째 도전, 이제 그는 드디어 가능성을 시험하는 자리에 도달했다.
오는 23일 방송되는 MBC 베스트극장 ''사고다발지역''을 통해 조심스럽게 자신의 연기력을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고아로 자란 두 남녀가 갖은 역경 속에서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과 결혼을 앞두고 남자가 죽음을 맞으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이야기. 이진은 행복한 가정을 꿈꾸다 예비 신랑을 사고로 잃은 뒤 그 아픔을 감내하는 오연주 역을 맡았다.
이진은 이전에 ''논스톱3''와 ''반전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호흡이 긴 연기 경험이 없어서 촬영기간 내내 고생했다고 했다. 촬영하면서 긴장을 많이해서 점심도 잘 못먹었고 결국 몸무게 2kg이 자기도 모르게 빠졌단다. 하지만 반전드라마 1년을 소화하면서 생긴 자신감으로 베스트극장에 임했고 주위의 많은 격려로 어렵지만 웃으며 찍을 수 있었다고.
"과연 시청자분들이 ''핑클''의 이진이 아니라 신인연기자 이진으로 봐주실지 걱정도 되요. 하지만 매를 맞을 각오는 돼있어요. 다만 그것이 애정어린 회초리 였으면 좋겠어요. "
전도연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
이미 이진은 분야는 다르지만 ''핑클''의 일원으로서 국내에서 최고 절정의 인기를 수년간 누려봤다. 이진은 처음 연예계 데뷔를 준비할 때 연기자의 꿈을 가졌지만 가수로 먼저 출발해 이제서야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가수로서의 경험은 그에게 ''초심''을 일깨워줬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고, 이진은 절정의 인기를 누릴때나 다시 연기의 길을 걷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준비하는 지난 과정동안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톱스타였던 이진이 캐스팅에서 세번이나 고배를 마시는 상황을 스스로 인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래 쉬어본 적은 데뷔이후 처음이에요. 가수나 MC, CF 등 어떤 것이라도 늘 하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다접고 내가 가진 가수의 기운을 없애기 위해 무작정 쉰다는 것은 처음에 무척 견디기 힘들었죠. "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요즘 뭐하는데 안보이냐''고 물을 때마다 그것은 이진에게 비수처럼 가슴을 찔렀지만 잘 참고 견뎠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신앙의 힘으로 자신을 다스렸다고 한다.
이제 이진은 냉정한 시청자들 앞에 신인연기자의 모습으로 다시 선다. "안티 팬들이나 댓글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구요. 이미 가수시절에 단련됐거든요. 호호호. "
수 만명의 팬들앞에 섰던 공연 무대보다 어쩌면 수십 수 백 만명이 자신를 바라보는 TV 브라운관 안이 더 떨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돌이킬수 없지 않은가. 또다시 앞을 바라보고 달려야 하는 시점이니 말이다. "핑클은 당분간 잊을 겁니다. 제대로 연기자로 인정받기 전까지는요." 연약해 보이던 그의 표정이 무척이나 진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