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시사자키가 만난 사람, 오늘은 최근 ''''전두환 체제의 나팔수들''''이라는 책을 펴낸 의문사 진상 규명위원회 한상범 위원장을 만나 봅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한상범위원장
◎ 사회/정범구 박사
-최근에 쓰신 ''''전두환 체제의 나팔수들 이란 책''''을 보면 언론인에서부터 학자, 종교인, 작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는데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계시면서 이 책을 쓰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습니까.
◑한상범 위원장
''''과거 청산은 결국 과거의 잘못된 제도나 인적 문제를 씻어내자는 것 아닙니까? 역사의 교훈이 먹히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망각증 때문입니다. 일회성으로 문제가 제기됐다가 곧 잊어버려요. 그럼으로써 결국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죄인들이 또 얼굴을 내밀고 똑같은 수법으로 똑같이 해먹죠.
우리 시대의 지식인, 명사, 지도층이 아주 모양 사납게 타락했던 때가 바로 80년대입니다. 그래서 그 때 상황을 국민에게 다시 상기시켜서 이런 것을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다, 또 속아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일종의 경고랄까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자는 취지에서 쓰게 됐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책 머리글을 보면 주인은 바뀌어도 ''''해먹는 놈''''은 여전히 그 자들이라고 하셨는데, 그 자들이란 특히 지식인들을 말씀하시는 거죠?
◑한상범 위원장
''''지식인이 권력을 정당화, 합리화해서 위장하는데 많이 동원되지 않습니까? 비단 군사정권 하에서만이 아니죠. 일제시대에도 국민을 일제의 노예로 삼기 위해서 당대 지식인이라는 최남선, 이광수 등을 앞잡이로 내세웠고, 군사정권에서도 박정희가 집권을 하면서 자문 교수, 고문 등의 각종 명목으로 학자나 당대 명사를 이용했죠. 전두환 시대에도 그럴 듯한 사람을 총리로 세움으로써 국민을 끊임없이 우롱해왔거든요. 이런 지식인, 지도층, 명망가들은 일제 시대 이래 상습범들이에요.''''
◎ 사회/정범구 박사
-일제 시대 때 지식인들의 부역사라고 할까요. 몇 명 예를 들어주신다면요.
◑한상범 위원장
''''심지어 한국 정부가 독립 정부를 수립한 후 일제 하 군인들이 전부 한국 국군이 됐어요. 당시 군가 중에 ''''무명지를 깨물어서 붉은 피 흘려 태극기를 걸고''''라는 노래가 있었는데 실은 그 가사 중에 태극기는 원래 ''''일장기''''였습니다. 우리도 당시 군사 훈련 받으면서 정신적으로 좀 먹는 것도 모르고 이런 노래를 부르고 다녔죠.''''
◎ 사회/정범구 박사
-사실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정에서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훈련된 사람들이라는 미명 하에 과거 친일 인력을 그대로 경찰 군대에 복권시키지 않았습니까?
◑한상범 위원장
''''그 유례는 미군정에서 비롯됐죠. 그들이 행정기술자고, 법조기술자라는데 그것은 대단한 기술이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미군정의 하수인 역할을 하게 된 거죠.
당시 이승만씨에게는 국내 정치 기반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력세력으로 보이는 친일 분자들과 손잡게 된 거죠. 반공을 외치며 미군정에 기생하던 사람들이 ''''이승만을 위한 반공''''으로 갈아 끼워 복무하게 된 겁니다. 이들은 결국 친일 반민족 행위를 한 자신의 약점을 그들의 비판세력을 좌경, 용공, 빨갱이로 몰면서 면죄부를 얻은 거죠.''''
◎ 사회/정범구 박사
-책 내용 중에는 충격적인 내용도 있어요. 언론인, 지식인뿐 아니라 존경받는 종교 지도자, 사회 운동가들도 거명이 되는군요. 예를 들면 가나안 농군 학교 이사장을 맡으셨던 김용기 장로 같은 분도...
◑한상범 위원장
''''일제시대에도 종교인으로서 친일한 사람은 상당수 있습니다. 물론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옥사를 하면서 순교적 투쟁을 한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는데 이 사람들이 해방 후 이승만의 충복이 되는 거죠.
그래서 천주교에서는 노기남 같은 사람에 대한 자기비판을 80~90년 대부터했고,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종교계에서 모두 그렇게 하지는 않았죠.
또 종교 지도자나 사회운동가가 5.16 군사쿠데타를 오판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군사쿠데타를 혁명이다, 의식 개조다, 이것이 새 시대이라 하면서 바보놀이를 자처한 사람도 있어요.''''
◎ 사회/정범구 박사
-김용기 장로님 같은 분은 막사이사이상도 받으신 분이고 50~60년대 가나안 농군 학교를 일으킨 분인데요. 그런 분이 전두환씨가 5.18 직후 대통령 취임할 때 쓴 글을 보면 어이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상범 위원장
''''그래서 일부에서는 당시에 압력을 받았다, 겁이 나서 그랬다고 하는데, 그만한 지위에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고, 때로는 거부의 몸짓을 했어야죠. 무서워서 그랬다는데 무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었겠어요?''''
◎ 사회/정범구 박사
-그 뒤에 이어지는 글을 보면 당시 경향신문 김길홍 기자의 글도 나오는데요. ''''불굴의 의지로 국운 개척''''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군요. 이에 대해 ''''속뵈는 찬양''''이라는 평가를 하셨어요.
◑한상범 위원장
''''그런 아부성, 정당화를 위한 맞장구를 쳐서 출세하게 되는 것이 박정희 때, 전두환 때 많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김길홍 기자는 나중에 민정당 국회의원도 했죠?
◑한상범 위원장
''''대개 그에 상응하는 대가들은 크든 적든 받았을 겁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이 책에 거명된 분들 중에는 살아계신 분도 계신데요. 그 분들이 당시 자신이 쓴 이런 글들이 사라지지 않고, 기록돼서 영원히 남는다는 생각을 했다면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한상범 위원장
''''이 사람들은 전두환 체제가 30년 이상 갈 것이라고 오판을 한 거죠. 서정주씨가 왜 무모한 짓했습니까. 당시에는 일제가 100년 이상 갈 줄 알았다는 거예요. 그것이 결국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체질화 돼 가는 겁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지금은 우리 사회가 민주화돼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라는 국가기구까지 생기는 등 과거사 청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과거 세력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요. 과거 기득권 세력들이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한상범 위원장
''''송병준, 이완용 그 밖의 친일파들의 재산은 몇 조~몇 천억에 이릅니다. 그런 물적 기반이 있고, 이런 물적 기반을 가지고 자손들에게 최고의 고등 교육을 시켜서 현재 그들이 사회 곳곳의 요직에 박혀 있습니다.
우리가 이에 대해서 공민권을 제한한다든지 부정 축재를 털어낸다든지 군중에게 발포한 자를 특별법으로 처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저 온건하게 반성해라, 결국 다 시효가 지났으니 형사처벌은 못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물적인 기반과 사회적 명망가 간판을 그대로 유지한 기득권이 되어 있어요.
한편 독립운동가 후손이나 해방 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세력들은 6.25때 학살되고, 빈곤에 시달리고, 교육도 못 받아 아웃사이더, 소외층이 됐죠. 그들에게는 그저 기념일에 기념품 한번 주는 식으로 때워버린단 말이죠. 그래서 혁명을 하지 않고, 개혁, 개량을 해 나가는 것은 절차나 과정도 어려울 뿐 아니라 국민이 두 눈 똑똑히 뜨고 단합해서 하기 전에는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 세력들이 이러한 취약점을 100% 이용해서 자기들을 정당화 해나가죠. 심지어 송병준, 이완용 같은 사람을 ''''근대화의 선각자''''라는 신화를 조작해서 퍼뜨리기도 하구요. 그 사람들이나 친일 세력을 비호하는 구 반동세력이랄까, 극우세력이 그대로 살아있죠.''''
◎ 사회/정범구 박사
-과거사 청산 문제가 지지부진 한데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 되고 있습니다만, 이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쪽에서는 ''''언제까지 과거 타령이냐, 친일파 후손에 대해 족쇄를 채우려는 것도 신종 연좌제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상범 위원장
''''친일파의 후손을 탓하는 것은 그것이 현재의 문제가 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박정희를 왜 현재까지 친일파라고 합니까. 박정희가 친일을 기반으로 해서 수십 년간 독재를 했고, 머리 구조가 친일팝니다. 이 사람은 죽을 때까지 일본 군가를 애창했고, 선배와 스승이 모두 일본 사람입니다.
박정희가 가장 숭배한 사람이 만주에 있다가 패전 후 수상까지 한 기시 같은 사람이고, 또 관동군의 참모를 한 세지마 류조 중령 같은 사람을 살아있는 우상으로 봤거든요.
신군부의 전두환도 박정희 머리를 그대로 빼 닮았습니다. 12.12 쿠데타를 할 때 일본 대사관의 무관에게 알려주고, 박정희의 스승격인 세지마 류조 중령에게도 통고했어요. 또 전두환에게 세지마 류조가 아시안게임, 88올림픽을 유치해서 국민 통합을 하고, 당신 이미지 개량에도 활용하라고 해서 그대로 따랐고, 노태우 같은 사람은 퇴임하면서도 세지마 류조에게 대통령을 관두면 뭘 할까요? 라고 묻기도 했죠. 이게 무슨 한국의 대통령인지 일본의 하수인인지.''''
◎ 사회/정범구 박사
-그런 이야기는 어느 정도 알려진 이야기인가요?
◑한상범 위원장
''''세지마 류조 자서전에 그대로 나옵니다. 세지마 류조의 회상록을 보면 한국 지도급의 추태라는 것이 말도 못해요.''''
◎ 사회/정범구 박사
-이 책을 출간하신 뒤 그런 분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은 없으십니까?
◑한상범 위원장
''''간접적으로 못마땅해 하는 사람이 있죠.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상당히 자기 처신을 잘 하는 사람들입니다. 섣불리 건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으니까 무관심한 척하면서도 저나 또는 과거 청산을 떠드는 사람들에 대한 흠집내기 수법을 쓰죠.''''
◎ 사회/정범구 박사
-얼마 전 특전사령관을 지내고 국방부 장관까지 한 정호영씨가 12.12 쿠데타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군인 연금을 몰수당하고 나서 이것이 부당하다고 재판을 신청했는데 대법원에서 기각을 당했죠.
그런데 한 편으로는 전두환 대통령의 추징금은 아직 못 받아 냈단 말이에요. 29만원밖에 없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해서 사람들을 어이없게 하고요.
◑한상범 위원장
''''29만원 발언을 했을 때 의문사진상규명위에서 과태료로 천만 원을 부과했을 땝니다. 그 사람이 국가에 입힌 피해가 얼맙니까? 그런데 그 피해보상을 지금 전두환이는 재껴 놓고 국가에서 하고 있어요.
국가배상법에서도 가해자가 배상할 자력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그쪽에 배상을 시키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조치는 대한민국 창설 이래 한번도 한 적이 없어요. 말이 됩니까? 백담사 참회하러 들어간다고 했을 때 자기의 전 재산을 국가에 헌납한다고 했지만 헌납한 일이 없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대명천지 민주국가에 법이 있고, 질서가 있는데 왜 현행법으로 이런 불가사의한 일을 해결할 수 없는 겁니까?
◑한상범 위원장
''''심지어는 매국노 이완용, 송병준 이런 사람들의 자손이 90년대 자기 선조의 부끄러운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했지만, 그 후 아무 소식이 없어요. 그것을 받아들일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왜 없겠어요? 민법상에 증여를 해도 되고, 찾으면 다 있죠.''''
▶진행:정범구박사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98.1MHz 월~토 오후 7시~9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