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의 女 사기꾼'' 사기 결혼 용서한 남편에 비수 들이대

쫓겨 나자 남편 상대 강도 계획..일본 국적 女 한의사 행세, 결혼식 하객까지 돈주고 동원

"그래도 한번 더 용서해주려고 했는데 처가 나에게 이런 짓까지 할 줄이야..."

모 중소기업 대표 A씨는 그날의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치가 떨리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사건의 발단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한 후배의 소개로 일본인 B(33. 女)씨를 만났다. 모 탤런트를 닮은 외모에다 북경대학을 나온 한의사. A씨는 어디하나 흠잡을 데 없는 B씨와 결혼했고, 한의원까지 내줬다.

아무런 문제없이 약 3년간의 행복한 시간이 지나갔지만 속으로는 서서히 불행의 싹이 움트고 있었다.

부인이 고용한 한의사 명의로 수천만원대의 사채를 빌려쓰고는 갚지 않았는데, 피해를 입은 의사가 부인을 뒷조해본 결과 한의사 경력이 모두 가짜였고, 국적도 한국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한마디로 사기 결혼이었다.


결혼식에 왔던 장인, 장모는 물론 하객들도 모두 돈 주고 데려온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남편 A씨는 평범하게 살아주기를 바라며 부인의 모든 것을 용서했다. 하지만 부인의 사기습성과 사치벽은 고쳐지지 않았다. B씨는 처남 명의로 또다시 수천만원의 사채를 빌려쓰는 사고를 쳤다.

남편 A씨는 이번에는 부인에게 집을 나가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부인을 사랑하고 있었으며, 정신을 차리고 다시 돌아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일종의 충격요법이었다.

하지만 부인은 이런 남편에게 비수를 들이댔다. 남편을 상대로 강도 범행을 준비한 것이다.

B씨는 이달 초 인터넷을 통해 강도 경험이 있는 하수인 2명을 모집한 뒤 남편의 출퇴근 시간, 집안 내부 구조, 인터넷 뱅킹으로만 돈 거래를 한다는 등의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고 범행을 지시했다.

''남편의 회사 법인 계좌에 수천만원이 들어 있으니 남편을 위협해 인출하기 쉽게 10여개의 통장으로 분산해서 이체하라''는 구체적인 지시까지 내렸다.

그런데 범행 하루 전날, 일당 중 한 명이 남편 A씨를 찾아와 강도 모의 사실을 모두 털어 놓았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경찰에 선처를 부탁하면서 자수를 해온 것이다.

남편은 즉시 경찰에 연락했고, 범행 당일인 지난 8일 오후 8시쯤 집 정원에 잠입해 있던 강도 일당은 대기하고 있던 경찰에 모두 체포됐다.

경기도 일산 경찰서는 부인 B씨와 강도 일당 중 1명을 구속했고, 자수한 1명은 정상이 참작 돼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수사를 맡았던 한상철 경사는 "부인 B씨의 경우 남편 집안에 돈이 많다는 것을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며 "결혼식 하객은 물론 한의원 개업식에 까지 돈을 주고 사람을 동원하는 등 정말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치밀한 사기 행각이었다"고 말했다.

한 경사는 "사채 등을 통해 빼돌린 거액을 어디에다 썼는지 부인 B씨는 계속 함구하고 있어 배후에 누군가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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