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아닌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학자로 일컬어지는 신영복 교수의 정년퇴임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이날 정년 퇴임식은 학술 발표회와 기념패 전달 등으로 이뤄지는 보통의 정년퇴임식과는 색다른 방식이었다.
퇴임식은 공감의 폭이 넓은 방식이었으면 좋겠다는 신 교수의 소망에 따라 작은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퇴임식은 먼저 신영복 교수가 어릴적 응원단장을 한 모습 등''''학자 신영복''''이 아니라 ''''인간 신영복''''에 대한 영상물로 시작됐다.
평소 ''한 그루 나무가 되지 말고 더불어 사는 숲이 되자''는 신교수의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자리였다.
퇴임식은 이어 성공회대 재학생인 가수 윤도현 씨로부터 시작해 가수 한영애 씨 등이 무대 위로 올라와 노래 한 두 곡을 부르고 그 사이 사이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 씨 등 신영복 교수의 지인의 신 교수에 대한 이야기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신 교수의 퇴임식을 축하하러온 1500여명의 인파는 평소 신교수의 말처럼 더불어 숲처럼 하나가 됐다.
참석한 시민들은 누군가 단상에 올라가 신 교수에 대한 생각이나 추억을 읊으면 자신이 가진 신 교수에 대한 추억을 하나 하나 진지하게 엮어갔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이례적으로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과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등 기업인들, 그리고 김근태 열린우리당 대표 등 정치인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갈등 구조와 니편 내편이 일상화된 한국 사회에서 정치인에서부터 기업인, 소설가,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성향과 분야의 사람들이 참석한 것은 그간 신 교수가 걸어온 꾸준한 발걸음이 만들어낸 작은 열매였다.
신영복 교수는 축제 형식의 정년퇴임식에 앞서 간단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격동의 한국 사회에서 옆길로 가지 않고 한 길을 걸어가기가 어려웠다고 말문을 뗀 신 교수는 퇴임식을 앞둔 자리에서도 사회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았다.
신 교수는 "최근에는 대학생들이 많이 변했다"며 불과 20년 전 일어난 민주 항쟁의 역사적 기억을 잃어버린 세대들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신 교수는 또 "한국 사회에서 신뢰할만한 집단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며 한국사회가 승패만으로 모든 것이 규정지어지는 사회로 변하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교수로서의 마지막 기자회견임에도 신영복 교수는 "어두운 어조로 이런 한국사회의 위기를 극복할 맹아가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이날 퇴임식에서 "빗 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수많은 시민들은 20년을 감옥 살이를 하는 등 굴곡의 한국사를 온 몸으로 부딪쳐온 신 교수 자체가 자신들의 ''희망의 맹아''였다"고 이야기했다.
''''여럿이 함께 가면 길은 등 뒤에 생겨난다'''' 이제 새로운 길을 가는 신 교수에게 감옥 같은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희망의 사색''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