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보따리를 싸들고 팀 숙소에 들어온 하은주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인해 첫 훈련부터 동료들과 함께 하지 못한채 체육관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웨이트장에서 재활훈련에 한창이었다. 텅빈 웨이트장에서 홀로 재활 훈련 중이었지만, 하은주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아보였다.
일본 귀화, 국적 회복 등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하은주가 신한은행에서 제2의 농구인생을 시작했다. 하은주는 ''''일본에서의 농구는 모두 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며 자신에 대한 오해와 한국에 돌아온 이유, 동생 하승진(21·밀워키 벅스) 등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얘기를 풀어놨다.
''''한국에 복수하겠다는 기사보고 화들짝 놀랐죠''''
선일중 농구부 시절, 무릎 수술로 더 이상 농구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던 하은주는 당시 학교측에 전학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오랜 실랑이 끝에 ''''다른 학교에서는 절대 농구를 하지 않겠다''''는 ''''선수 포기각서''''를 써야만 했다. 어린 마음에 당시의 일은 큰 상처가 됐고, 결국 일본행을 선택한 원인이 됐다. 이 때문에 지난 2003년 하은주가 일본에 귀화했을 당시 주위에서는 ''''일본 대표로 뛰면서 한국을 상대로 분풀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아닌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
이에 대해 하은주는 ''''한국에 복수하겠다는 식의 기사를 보고 놀랐다''''며 ''''일본 실업팀에서 뛰기 위해 일본에 귀화했지만 일본 대표로 뛸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하은주는 한국으로의 국적 회복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를 ''''일본 대표로 뛰지 않기 위해서''''라는 답을 내놓았다.
하은주는 일본 생활에 대해 ''''차별도 없었고, 모든 것이 다 좋았다''''며 ''''그러나 끊임없이 일본 국가대표에 합류하라는 요청을 받았고 거절하는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놨다. 하은주는 ''''일본에 귀화하면서 내 정체성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는데 계속되는 일본농구협회의 요청에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어 한국으로 돌아올 것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동생(하승진)은 강한 아이에요''''
''''그 어린 애가 미국에 혼자 가서 선수들과 어울리려고 애쓰고 그 힘든 훈련을 소화하는 것을 지켜보면 정말 안쓰럽다는 생각뿐''''이라는 하은주는 ''''그래도 모든 과정을 견디는 것을 보면 대견하다''''며 ''''사람들은 결과만 보고 쉽게 이야기 하는데 그 뒤에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포틀랜드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채 최근 밀워키로 트레이드된 데 대한 주위의 실망스럽다는 듯한 시선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하승진을 "강한 아이"라고 표현한 하은주는 동생과 자신을 ''''그릇을 만드는 과정''''으로 비유했다. 모든 것을 담아내기 위해 좀 더 큰 그릇을 만들고 있다는 것, 이를 위해 하은주는 일본에서의 농구는 모두 잊어버리겠다는 선언을 했다. 신인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 재활을 위해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하은주는 이미 새로운 출발선의 스타트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