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맨유로선 선발 출장 선수 가운데 올레 군나르 솔샤에르와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등 1990년대 맨유의 전성기를 이끌던 노장들이 건재함을 과시한 것에 단순한 한 경기의 승리보다 더 큰 의미를 둘 만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선 스콜스는 첫골을 뽑아냈다.
스콜스는 전반 11분 FC포르투 진영의 아크서클 뒤에서 긱스의 코너킥을 이어 받아 앞으로 뛰어나오는 상대 수비 두명을 제친 뒤 약 25미터 거리에서 강력한 왼발 중거리슛으로 선취골을 뽑아냈다.
스콜스는 02-03시즌 미드필더로서는 경이적인 14골 등 통산 89골을 기록하면서 왠만한 전방 공격수가 넣는 양의 골을 뽑아내는 원조 ''미들라이커''다.
지난 시즌 부상 등이 겹치면서 프리미어리그에서 절반 가량(20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2골 2어시스트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맨유 부진의 주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던 스콜스는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듯 눈부신 경기력을 보였다.
스콜스는 골 외에도 전반 15분 프리킥 상황에서 약 30여미터 거리에서 강력한 중거리슛을 선보이는가 하면 후반에는 박지성, 긱스, 솔샤에르 등 좌-우측, 전방을 가리지 않고 볼 배급과 팀의 완급을 조절하며 공격의 중심축 노릇을 했다.
''왼발의 달인'' 긱스의 활발한 몸놀림도 스콜스에 못지 않았다.
이미 1999년 맨유의 ''트레블'' 달성 당시 아스날과의 FA컵 준결승에서 보여준 ''매직 드리블''로 클래스가 다른 선수임을 확인시킨 긱스였지만 어느새 세월이 흘러 ''노장''의 반열에 들어서면서 지난 시즌 경기력에 기복을 자주 보인 채 주전 경쟁까지 펼쳐야 했다.
하지만 이날 긱스는 특유의 ''유려한'' 킥으로 스콜스의 첫골에 기여했고 52분엔 상대 진영 중앙 미드필드에서 수비 세명을 달고 전성기 때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돌파력을 과시했다.
또 중앙으로 이동해 스콜스와 찰떡 궁합을 과시하면서 공수에 연결 고리 역할을 했고, 후반 60분엔 박지성과의 앞뒤로 원투패스를 주고 받으며 박지성에게 골과 직접 연결이 가능했던 ''킬러 패스''를 찔러줬다.
맨유의 ''예비 레전드''인 이들 둘과 함께 승부에 쐐기를 박는 세번째골의 주인공 올레 군나르 솔샤에르는 올시즌 반 니스텔루이가 빠진 최전방 공격진에 오히려 활기찬 공격력을 기대하게 했다.
솔샤에르는 17골을 기록한 01-02시즌 이 중 무려 12골을 60분 이후에 기록하는 등 ''슈퍼 서브''로 이름을 날려왔다.
02-03시즌을 기점으로 경기력에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리던 솔샤에르는 그러나 이날 후반 74분 FC포르투의 왼쪽 엔드라인 부근에서 골키퍼와 골문 사이에 전혀 각이 없는 상황에서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감각적인 골을 터트렸다.
루니와 스콜스가 퇴장 당하면서 9대 11의 수적 열세에서 원톱으로 최전방에 나서 상대 수비 한명을 완전히 제친 뒤 팀에 승리를 확신시키는 귀중한 골을 뽑아낸 것.
반니가 빠진 자리에 마땅한 ''타겟형'' 스트라이커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맨유로서는 경험많고 ''한방이 있는'' 골게터의 부활 조짐이 큰 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직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을 앞두고 ''우승의 맛''을 이미 여러 차례 봤던 이들 노장 3인방이 울리는 부활의 서곡이 올시즌 맨유의 지상과제 ''우승 탈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 주목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