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과 팬들의 환호 속에 멋진 플레이를 펼치는 프로게이머. 그들의 플레이에 오늘도 수많은 청소년들은 마우스를 움직이며 프로게이머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프로게이머의 길. 그들의 일상을 엿보고자 프로게임단 KTF Magic NS의 연습실을 방문했다.
연습실을 찾은 29일 오후는 2박 3일 간의 워크샵을 마치고 단원들이 모처럼 맞이하는 자유시간이었다. 하지만 연습실은 여느 때처럼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워크샵은 어땠냐는 질문에 조용호 선수(23)는 ''''물고기를 잡는 독살 체험이 제일 신났다''''며 말문을 열었다. ''''전략을 구상하면서 다음 시즌을 차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조 선수는 ''''서로 협동심을 키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짧은 워크샵의 추억도 잠시. 돌아온 그들의 일상은 변함없이 매일 11시에 시작된다. 간단한 회의를 마친 뒤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은 보통 12시. 이 후로 식사 및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는 밤 11시까지 연습이 계속된다. 매일 11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셈이다.
홍진호 선수(25)는 개인시간이 거의 없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고 고백했다.
''''역시 가장 힘든 점은 개인시간이 없다는 점입니다. 연습실 옆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는데, 아침에 나와 다시 숙소로 향하는 시간은 밤 11시에요. 끝나고 만화책을 보거나 TV를 보기도 하지만 특별히 개인활동을 할 여유는 없어요.''''
한국 e-스포츠협회에 따르면 공인게임대회에서 연 2회 이상 입상을 할 때 프로게이머 등록대상자가 될 수 있으며 이후 일정한 교육을 이수하면 프로게이머로 등록이 가능하다고 한다. 공인대회에서 1회만 입상한 준프로게이머의 경우에는 연1회 내지는 2회 실시되는 프로게임단의 드래프트로 지명을 받을 때 프로게이머로 승급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부모님과의 마찰은 프로게이머에게 피하기 어려운 숙제다.
박정석 선수(24)도 홍 선수와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박 선수는 ''''프로게이머를 TV에서 처음 봤을 때 이 직업을 결심했다''''며 ''''당시만 해도 지금만큼 프로게이머가 활성화되지 않은 때였기에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주위에도 부모님의 반대로 프로게이머의 길을 접은 친구가 적지 않다''''며 ''''결국 부모님이 원하는 길을 선택하도록 허락하셨기에 다행히 프로게이머를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자유로운 일상을 포기할 수 있는 각오 역시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20대 초반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인데, 자유로운 시간을 포기하고 프로 생활을 하게 되는 게 처음에는 참 어려웠어요.''''
조용호 선수는 어느덧 프로 6년 차다. 하지만 올해로 23살인 그의 답변 속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느껴진다.
박 선수나 홍 선수도 다르지 않다. 팀 내 주장을 맡고 있는 박정석 선수는 ''''MT와 같은 대학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홍진호 선수는 역시 ''''미팅처럼 인생에서 한 번쯤 누구나 겪을만한 일상을 겪지 못해서 아쉽다''''며 서운함을 표현했다.
피나는 노력과 확고한 각오 끝에 프로게이머에 입문하더라도 고생은 끝나지 않는다. 접하게 되는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기만 하다.
홍진호 선수는 ''''예전에는 즐기기 위한 게임이었지만 직업이 된 이상 무조건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반복되는 훈련의 지겨움을 뛰어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연봉 역시 냉혹한 프로게이머 세계를 반영한다.
이 감독대행은 ''''과거 모 팀에서 연습생을 모집하는데 경쟁률이 1000 : 1이 넘었다''''며 ''''많은 청소년들이 프로게이머를 꿈꾸고 있지만 그 길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한 번 경험삼아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쉽게 시작하다 아까운 20대를 의미 없이 보내는 것처럼 후회스러운 것은 없다''''고 충고했다.
선수들 역시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험난한 과정을 이길 수 있는 각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용호 선수는 ''''부담 없이 시작하는 청소년이 많은 것 같다''''며 ''''개인생활을 바쳐 승리를 성취해야겠다는 진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석 선수는 ''''화려한 모습만 보고 프로게이머를 시작해선 안 된다''''며 ''''열정 있고 끈기 있게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홍진호 선수 역시 ''''다른 것과 병행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프로세계의 생활은 정말 좋거나, 정말 나쁘거나 두 가지 뿐''''이라고 말했다. 홍 선수는 ''''경험 기간에 맞춰 대우가 달라지는 일반 회사와 달리, 프로게이머의 세계는 성적이 좋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은 찰나''''라며 ''''10대, 20대의 소중한 시간을 소비해야하는 만큼 신중한 선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장 좋았던 순간을 ''''우승'''',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패배''''라고 주저 없이 말하는 그들의 답변 속에서 이미 몸에 벤 프로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젊은 시절, 게임을 통해 얻은 그들의 꿈은 화려하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투자한 그들의 노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렇게 때문에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던지는 그들의 진지한 충고 한마디가 더욱 값지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