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화려한 외모와 비주얼의 덕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을 가진 톱 여배우들과는 분명 다른 길을 걸어왔다. 평범함과 무던함이 자신의 가장 쎈 ''빽''이요 ''무기''라고 여기고 오직 연기력으로 성공하리란 각오로 한걸음 한걸음씩 내디뎠다.
서영희는 1999년 데뷔한 이래 7년만에 당당히 여주인공으로 크레딧을 올리는 감격을 맛보고 있다. 스승으로부터 받은 잊지못할 체벌과 무시, 놀림의 기억을 공포의 소재로 차용한 색다른 시도의 영화 ''스승의 은혜''(임대웅 감독, 오죤필름, 화인웍스 제작)를 통해서다. ''아랑''의 송윤아, ''아파트''의 고소영에 이어 서영희는 올여름 호러퀸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노컷뉴스와 만난 서영희는 "관객들이 많이 봐주신 출연작 ''마파도''와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보셨던 관객 모두가 이 영화를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는 인간적인(?) 욕심을 내비쳤다. 가만있자! ''마파도''가 300만이고 ''내생애~''가 300만이 넘었으니 그럼 600만? 서영희의 욕심(?)이 실현돼 관객과 배우 제작진 모두를 기쁘게 할지 지켜봐야겠다.
향단이에서 춘향이로
지난해 3월 ''마파도''에서 비중은 작았지만 문제의 핵심을 쥔 다방 아가씨 ''끝순이''로 인상 깊었던 서영희를 인터뷰 했을 때의 기억이 있다. 서영희를 만났을 때 사실은 ''마파도''의 기억보다는 앞서 훨씬 더 비중높았던 ''질투는 나의 힘''에서 박해일을 지겹게(?) 짝사랑했던 하숙집 소녀 가장 ''혜옥''이가 더 선명했다. ''클래식''에서 손예진의 친구 역할은 이에 비하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관객들에게 그런 서영희의 배역에 대한 기억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자신과 관련된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 가장 기억에 오래남는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물었었다. 서영희는 자신과 관련된 기사에서 "향단이가 춘향이 따라한다고 춘향이가 되느냐?"는 여배우에게 상처를 줌직한 다소 감정섞인 댓글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서영희는 가슴에 상처를 준 ''향단이'' 댓글을 자극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영화 ''스승의 은혜''는 그렇게 자신에게 상처주는 말의 잊을 수 없는 기억에서 출발한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댓글에 상처받은 서영희는 영화와 달리 내내 황소걸음으로 스스로를 발전시켜왔다.
기자와 서영희는 인터뷰 중에 그때 댓글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던 것을 정확히 기억했다. 기자입장에서야 당연히 배우와의 이런저런 오고간 얘기를 기억하지만 배우입장에서 수많은 인터뷰를 하는 거치다보면 언제 어디서 그렇게 얘기했었는지 기억하기란 쉽지 않았을텐데 서영희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저는 지금 누구일까요? 호호호." 환한 웃음으로 여유를 보인다.
"내 이름 석자 씌여있는 의자보고 감격했어요"
영화 촬영 현장에는 감독과 주인공들의 의자가 따로 마련돼 있다. 촬영하다 쉴 때 쓰는 의자거나 모니터를 감독과 함께 볼때 앉는 의자다. 대개는 의자 등받이에 이름이 씌여있다. 그것은 작은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감독과 주요 배우들의 일종의 ''특권''의 한 단편이다.
"전 이번 영화를 통해 두가지 소원을 이루는 감격을 맛보네요. 한가지는 겁많은 제가 공포영화에 출연하는 것이었구요. 또하나는 주연이 되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공포영화의 주인공이 되다니 이런 기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그 기쁨은 현장에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의자가 놓여있는 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었단다.
주인공이라는 말에 쑥쓰러워하는 서영희에게 그래도 뭐가 달라졌느냐고 물었다. 서영희는 듣는사람입장에서 아주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들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자신의 의견이 영화에 많이 반영된다는 것, 스태프들이랑 빨리 친해진다는 것, 물론 의자문제도 포함된다. 그리고 부담감이 무척이나 많아진다는 것 등이다. 영화적 완성도에 가장 기초적인 것들이면서도 배우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 일수 있겠다 싶다.
송윤아, 고소영 이어 호러퀸! 서영희
서영희는 ''남미자''로 출연, 노년의 병든 선생님을 수발하며 추억의 제자들을 초대해 반창회를 연다. "미자는 다른 학생들처럼 선생님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아이였어요. 하지만 받고 싶었지만 사랑을 받지 못했던 추억를 가진 감정을 연기해야 했죠. "
실제로 서영희는 고등학교 시절 연극영화과를 지망했지만 선생님으로부터 은근히 무시당했던 경험을 영화속 감정으로 되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선생님도 있다. 다른 선생님한테 혼나더라도 늘 "왜 그랬어~"하면서 다독여주는 선생님때문에 늘 위안이 됐다.
쟁쟁한 30대 여배우 송윤아와 고소영이 이미 자신들의 공포영화 출연작을 개봉했다. 서영희도 이제 내달 3일이면 그 까다롭다는 관객의 시험무대에 오르게 된다. "연기하는 것이 행복하고 즐거워요. 당연히 일이 재밌는데 최선을 다 안할 수 있나요. 절 보시고 꼭 놀라셨으면 좋겠어요. 놀라시려면 극장에 꼭 오셔야겠죠. 호호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