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독일과 심지어 미국에서도 미국 독립당시 영어 대신 독일어가 미국의 공용어가 될 뻔 했지만 하원에서의 투표에서 한표차로 져 독일어가 영어에게 자리를 넘겨줬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 소문이 사실은 근거가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이런 소문은 지난 1794년 1월 9일 미국 하원에서 벌어진 한차례 해프닝때문에 생긴 것이다.
당시 미국 버지니아주에 집단 이주한 독일과 오스트리아인들이 하원에 ''''미국의 모든 법령을 독일어로 번역해 이민자들이 새로운 고국에 더 잘 적응하게 해달라''''고 청원했다.
그러나, 독일계 이민자의 자녀이자 영어와 독일어가 모두 가능했던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콘라트 뮐렌베르크라는 하원의원이 반대표를 던져 42대 41로 부결된 것이 독일어와 영어간의 싸움으로 잘못 와전된 것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독일과 미국을 모두 잘 이해하는 뮐렌베르크는 ''''독일인들이 빨리 미국화가 되면 될수록 좋은 일''''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런 역사적인 증거에도 아직도 많은 미국인들과 독일인들은 영어와 독일어간의 공용어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였다는 거짓말을 믿는 경향이 남아있다.
역사적으로 이런 사람들의 믿음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데 미국 독립 이전에 이미 미 대륙에는 독일인들이 상당수 이주해 왔고 독립군을 진압하기 위해 영국이 독일 헤센지방 용병들을 고용했는데 이들도 전쟁 후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 남아 어느 정도 독일어 인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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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처참한 전쟁을 통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많은 사람들이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공용어를 삼으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가정도 어느 정도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뮐렌베르크에 대한 소문은 아무래도 거짓인 것 같다. 당시 법령의 독일어판 출판을 막은 뮐렌베르크에 대해 독일인 이주자들은 이만저만 실망한 것이 아니었다.
이런 서운함이 그 뒤에 다른 소문을 낳았다. 즉, 1828년에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영어와 더불어 독일어를 주 공용어로 삼자는 운동이 있었지만 하원 대변인이 된 뮐렌베르크가 또 다시 이를 저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펜실베이니아주 인구가운데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등 독일어권에서 이주한 사람은 고작 9%에 불과해 이런 운동이 생길리 만무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미국영어에 독일어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뉴욕같은 지역에서는 독일에서 추방된 유태인들이 영어로 대화를 하면서 독일어와 히브리어, 폴란드어등을 섞어 만든 자신들의 언어인 ''''이디쉬''''어 단어를 쓴다.
또, 몇 년 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백인 가운데 55%가 자신을 독일계로 여긴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슈피겔은 ''''이런 것은 그저 맹목적인 믿음일 뿐''''이라며 ''''현대 미국영어에서 독일어와 비슷한 단어는 이미 앵글로색슨족이 영국에 건너올 때 함께 유입된 단어이며 그나마 현대독일어가 영어에 영향을 미쳤다면 제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주둔 미군이 배운 독어단어나 미군과 결혼한 독일여성들이 미국에 도입한 단어 뿐''''이라고 주장했다.
노컷뉴스 이서규기자 wangsobang@cbs.co.kr
